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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임 May 12. 2024

인생은 선택의 점들로 이어진  곡선이다

프롤로그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인생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장 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말이다.


여러 개의 점들이 모여 선이 되듯 우리는 매일 선택의 점들을 이어가며 인생이라는 선을 그어간다.

워낙 자주 마주하고 반복되어 특별히 의식하지 못할 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살펴본다면 오늘 하루동안 얼마나 많은 선택의 점들을 마주했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던 어느 날 저녁. 나는 돋보기와 핀셋을 준비한 후 지난 하루의 시간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첫 장면처럼 어두운 침실에서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어젯밤 잠들기 전 봤던 드라마 속 주인공과 한창 달콤한 꿈에 빠져 있을 때, 어디선가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귓가에는 드르륵 하는 진동까지 울린다. 

설마.. 이건! 알람소리다. - 하루빨리 알람 AI가 발전해서 이런 꿈을 꿀 때는 깨우지 않는 눈치를 챙겼으면.- 곧 해인이가 수술실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마지막 인사도 못했는데. 수술이 끝나고 의식을 회복하면 나를 못 알아볼 텐데. 눈치 없는 알람 소리는 이제는 나와 해인이의 목소리까지 삼켜 버린다. 그 눈치 없음에 분노하며 억지로 눈을 떠서 스마트폰을 찾는다.


'선택'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오늘의 첫 번째 선택의 순간이다. 알람소리의 명을 받들어 빠르게 욕실로 뛰어가 쏟아지는 눈물의 여왕.. 아.. 아니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줄기 속에서 눈치 없는 알람을 원망하며 분노의 머리 감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5분만 더' 알람을 연장하고 억지로 눈을 감아 중단되었던 꿈의 편집점으로 다시 돌아갈지 선택해야 한다.

운이 좋아 다시 꿈속으로 돌어갈 수만 있다면, 못다 한 작별 인사와 함께 '해인아. 네가 다시 깨어나면 나 말고, 어떤 이상한 놈이 내 행세를 하며 널 속이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절대 믿지 말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줘' 적힌 쪽지를 그녀의 환자복에 넣을 계획이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감고 꿈속 장면을 상상해봐도 꿈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쉽지 않다.


다시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벌써 5분이 지난 거야? 

다시 한번 더 5분을 연장하고 서둘러 내가 나왔던 꿈의 입구를 찾아 헤맨다. 이럴 줄 알았으면 꿈속에서 나오는 길에 빵 부스러기라도 뿌려놓을걸.. 잠에서 깨는 길목에 빨간 실이라도 묶어둘걸. 급하게 깨느라 아무런 표시를 하지 못한 지난 나를 원망한다.

아무리 찾아 헤매도 다시 꿈으로 들어가는 길은 보이지 않고 의식만 점점 더 선명해질 무렵, 세 번째 알림이 울리기 시작한다. 이제는 포기하고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나는 아쉬움과 짜증 섞인 손짓으로 스마트폰의 알람을 끄고 충전기를 기기에 꽂으며 욕실로 급하게 뛰어 들어간다.

 

5분+5분의 늦은 기상시간은 또 다른 선택의 점으로 이어진다.

아침밥 먹을까? 말까?

조금이라도 더 취침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빡빡하게 설정한 알람 시간이기에 10분 밀린 시간은 아침식사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의 잔소리와 시간 없음을 최대한 고려해 대충 국에 밥 두 숟가락 말아 빠르게 입안에 밀어 넣은 후 현관문을 나선다.

만약, 집을 나설 때 버스 요금을 찍는 교통(신용) 카드와 스마트폰을 제대로 챙겼다면, 당분간은 선택의 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가끔 깜빡하고 둘 중에 하나를 안 들고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하루동안 불편만 감수하면 되는 건지, 꼭 없어서는 안 되는 상황인지 파악한 후 집으로 다시 돌아갈지를 결정한다.)



11시 30분. 점심식사 선택의 점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뭐 먹지?

오랜만에 중국음식 먹을까. 스트레스가 쌓이면 짜장면이 당긴다고 하던데, 짜장면 먹어? 아니야 요즘 오후엔 꽤 덥던데, 냉면 먹을까? 비냉 먹을까? 물냉 먹을까? 이렇게 선택의 점들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내 곁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하루동안 마주한 더 많은 선택의 점들이 있지만, 반복되는 내용이 식상할까 봐 여기까지만.



앞서 언급한 것들만 보더라도 매일 '오늘'이 시작되면 선택의 점들은 마치 메뉴판을 보여주듯 매번 다른 선택지를 우리 눈앞에 놓고 계속해서 결정을 요구한다. 이런 반복의 사이클은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우리의 일상을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가벼운 선택부터, 미래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직업, 배우자 선택처럼 복잡하고 무거운 선택까지 수없이 많은 종류의 선택을 마주한다.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무심코 외쳤던 '응애!'는 '선택의 점'들을 부르는 신호였을까.

B(birth)태어난 순간과 동시에 세상은 우리에게 크고 작은 C(choice)선택을 D(death)죽음의 순간까지 계속해서 요구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어서 계속 쓸까? 아니면 다음 화로 미룰까? 요즘 독자들은 긴 글 읽는 거 싫어한다던데 여기서 끊는 게 나을까? 나의 선택은!



다음 화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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