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대위가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
"그래 까짓 거 책 한번 만들어 보자."
올해 1월 말, 평소부터 친하게 지내는 동기와 한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당시 우리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낮 12시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하에서 결심한 사항임을 밝힌다.
사실 전부터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갖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 차일피일
계속 뒤로 미루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책을 쓰는 것이 나의 목표가 아닌
꿈이 되어가고 있었다.
꿈과 목표는 얼핏 생각하면 비슷하지만 사실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다.
꿈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을 그냥 상상하는
것이라면, 목표는 그걸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던 중 '타이탄의 도구들'에서(저자 팀페리스,
출판 토네이도) 다음 글귀를 읽다가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목표가 생겼다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알아야한다.
인생을 걸고 뭔가를 해보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 10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면,
즉각 스스로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6개월 안에 그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가?'"
꼭 맞는 말이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면 그 일을 꼭 미뤄야 하는 이유가 없다.
내가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하고 싶다.'라고
계속 생각'만' 한다면 아마 10년이 지나도 꿈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글 쓰기를 본업으로 삼고 있지 않기에 더욱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책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수익을 목표로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책을 쓰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나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본래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듣고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간다.
다만 말하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다 책을 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즉 어떤 콘텐츠를 다룰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스토리는 무엇인가?
나는 올해로 31살이 되었고 현재 육군에서 현역으로
근무 중인 장교이다. 군에 입문한 지 사관학교 생도생활을
포함 햇수로 11년, 장교로 임관한 지 8년 차가 되었다.
이렇게 글로 적어놓고 보니 참으로 어중간한 숫자다.
30대 초반으로 요즘 어디 가서 명함도 내밀수 없다.
손아래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잘못 말하면 젊은
꼰대 소리를 듣기 딱 좋은 나이다.
또 군 경력은 임관 8년 차로 군에서 가장 실망을(?) 많이
한다는 대위다. 중대장은 실망했다나?
애매한 나이에 어중간한 경력이다.
그러니 이 글에서 수준 높은 내용이나 철학을 찾을
가능성은 만무하다. 내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동네 형이 군대 썰을 푸는 것'이다.
스스로도 그 이상의 의미는 부여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여기에 글을 올리시는 많은 사람들도 일상의
소소한 주제를 가볍게 다루고 있다.
여기 '브런치'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다만 말하는 화자가 신분이 현역군인이기 때문에
보안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가령 훈련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이나,
인사 관련 민감한 현안들은 이야기할 수 없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필자의 성품을 스스로 잘 알기에,
여기서는 많이 자중하겠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출판에 앞서 '브런치'라는 저명한 플랫폼에서
글 쓰기에 대한 감을 잡는다.
2. 미래의 독자들의 니즈를(needs) 확인한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궁금해하는지'
이를 위해 책에서 다룰 소주제에 관해서 초고를
작성하고 브런치에 업로드하겠다.
추후 공동저자인 동기와 함께 초고를 완성하면 출판사에
투고를 할 예정이다. 시기는 올해 6월쯤으로 예상한다.
물론 출판사에서 추진하는 기획출판이 아니기에
약 90% 이상의 확률로 반려될 것 임을 예감한다.
출판사와 편집자 입장에서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무명의 저자라 당연히 우리의 원고를 책으로 출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겠다고 결심했다.
20곳 이상의 다양한 출판사에 투고를 할 것이며,
그래도 제한되면 부크크나 다른 방식으로 자체 출판도
고려하고 있다. 역시 인세를 통한 수익이 목표가
아니기에 가능한 무모한 열정이다.
다행히 올해부터 동기와 필자 둘 모두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어서 집필활동을 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이런 이유로 더 이상 프로젝트를 미룰 변경 거리가 없다.
지난주 공동저자인 동기와 공식적인(?) 첫 미팅을 가졌고
우리는 책을 구성하는 두 개의 핵심 주제를 선정했다.
1. 군대는 어떤 곳이며, 군인 무엇을 하는가
: 군에 관한 공개 가능한 정보 및 경험들
2. 군대 속의 우리의 삶
: 군복을 입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
위의 두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현역 대위 두 명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사실 나는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일기를 써왔다. 그래서 이런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쓰는 것은 나름 자신이 있다.
물론 이는 저자가 유일한 독자인 상황에서 오는 자신감이다.
필자는 전문적으로 글을 배우고 쓰는 사람이 아니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글을 대충 쓰겠다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글을 기고하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본인의 생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고 있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이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이 간절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올리는 글이라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이런저런 사설이 길어졌다.
익명의 누군가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때로는
반론이나 다른 의견을 제시해준다면 더없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P.S.
사실 이 글을 쓰고 바로 브런치에 업로드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작가로 신청되어있지
않아서 부랴부랴 자기소개를 제출했다.
역시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많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것은 '브런치'가
나를 작가가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니
미리 그 기쁨을 만끽하겠다.
<표지 배경 출처 : 육군 이야기 아미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