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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지경 Sep 03. 2024

수영인에겐 부상도 상이야!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말자. 수영은 평생운동이니까.

어제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새벽 5시가 되기도 전이었지만 다시 잠들기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조용히 거실로 나와 유튜브를 보며 모닝 스트레칭을 하고, 어젯밤 보다 잠든 드라마를 틀고 실내 자전거를 탔다. 이왕 일어난 김에 몸을 완전히 풀고 수영장에 가고 싶어서였다. 그래서인지 지난주 월요일보다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차렷 자세로 팔을 쓰지 않고, 몸통을 쓰는 드릴로 자유형을 해도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다시 오른팔 왼팔 한쪽씩 스트로크(팔 동작)를 하며 자유형을 할 때 내 허리가 얼마나 돌아가는지 어깨를 쓰고 있는지 의식하며 연습했다. 여전히 오른팔에 비해 왼팔 동작이 훨씬 안 되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지만 이렇게 감을 잡아가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허우적댔다.   


오늘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잠시 떠졌다. 5시 48분이었던가. 몸이 영 찌뿌듯했다.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알람 울릴 때까지 조금만 더 자자. 6시 20분, 6시 30분, 6시 40분, 6시 50분. 10분 간격으로 알람이 울릴 때마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다. 6시 50분 마지막 알람이 울렸을 땐 화들짝 놀랐던 것 같다. 헥헥 거리며 수영장에 도착했더니 입구에서 처음 보는 직원 분이 "전 시간 회원들이 다 퇴장하기 전에 입장할 수 없다"라며 나를 제지했다. "아니, 그런 규칙이 어디 있어요?"라고 말하려는데 수영장 입구가 내가 알던 수영장이 아니었다. 꿈이구나. 꿈에서 꿈인 걸 알고 눈을 뜨니 7시 30분이었다.


꿀잠 잤네. 알람 끄고 잠자기 대회 나가면 1등 할 실력이야. 몇 달 전 만 해도 이런 일이 있으면 이 으구, 난 왜 이럴까 자책을 했는데 오늘은 웃으며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실내 자전거를 잠깐 탔다. 내 몸이 원한 게 잠이었을 거야. 화요일엔 저녁 수영 강습이 있잖아. 저녁에 스트레칭 제대로 하고 수영하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수친자인 저는 지난달부터 화, 목에도 저녁 수영 강습을 듣기 시작했답니다.) 이러려고 저녁 수영 강습도 등록해 뒀잖아.


아침에 눈만 뜨면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며 잠을 깨던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수영을 쉬기로 한 건 회전근개염으로 수영을 며칠 쉬고 나서부터다. 원고 마감 후 마감주를 핑계로 술까지 마지고 잠든 다음 날 몸이 정말 찌뿌듯한데 수영하고 나면 개운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수영장에 갔다. 지각이라 준비체조도 못했는데 배영 주간이라 신이 나서  배영을 할 때 신이 나서 스트로크(팔 동작)를 빨리 하고 나니 어깨가 아팠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했지만 다음날도 아팠다.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그때와는 다른 통증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회전근개염증이라고 했다. 그리고 의사와 나눈 대화는...

"수영은 한 1주일 쉬고, 접영, 자유형처럼 팔을 돌리는 동작 많이 하지 마세요."

"배영은 해도 돼요?"

"배영은 해도 되죠."

순간, 일어나 배영 팔동작을 선보이며 "배영 팔동작 이렇게 해야 하는데요?"

"(흠칫 놀라 뒤로 몸을 빼며) 그, 그럼 배영도 하면 안 되겠네요."  

"선생님, 제가 얼마 전에 뒤 께르뱅 진단을 받아서 요가도 못하고 있는데요. 수영까지 못하면 어쩌죠?"

"요가 수영 말고도 운동은 많잖아요? 걷기도 달리기도 있고."

"..."


의사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세상은 넓고 운동은 많다. 그 많은 운동 중에 평생 하고 싶은 운동을 찾는 게 배우자를 찾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특히, 나처럼 운동 신경 없고 몸은 무거운데 손목 발목이 약한 사람에겐....

물리치료를 받고 터덜터덜 집에 돌아오는 길, 수영장에서 어깨에서 퍽 소리가 나게 부상당한 친구가 떠올라 연락했다. 회전근개파열 일 때 얼마나 쉬었는지. 치료받고 나니 어땠는지 묻고 싶어서였다. 치료 열심히 받았더니 잘 붙어서 어깨다 더 좋아졌다는 말에 기운이 났다. 이런 희망의 아이콘 같으니라고.


파열도 아니고 염증인데. 1주일은 무슨 하루만 쉬자. 혼자 결론을 내리고 그 주 토요일 자유수영 시간에 가서 한 시간 내내 킥판을 잡고 발차기만 했다. 그다음 주엔 수영 강습을 빠지지 않는 대신 오른팔을 최대한 안 쓰고 매일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회복한 어깨를 다시 다치고 싶지 않다. 무리해서 또 부상을 당하면 수영을 더 오래 쉬어야 할 수도 있기에. 무리다 싶을 땐 쉬어 주고, 평소에는 수영 전 후로 스트레칭을 잘해서 몸을 관리하고 싶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생각 없이 수영을 하지 않고 어려워도 내가 어깨를 쓰는지, 롤링을 하는지 생각하며 영법을 익히고 싶다.


그래도 부상을 당하면? 부상도 상이야. 그동안 열심히 수영한 나에게 내린 상. 이 참에 잠깐 쉬었다가 하기로 마음 먹으려고 한다. 수영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생 즐기고 싶은 운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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