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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남매를 소개합니다

2019/8/1 발표

by 고요한밤

이 글을 쓴 지 6년이 되어가고,

이 애들은 어느새 11살 '으르신'이 되었다.


1. 고양이는 그토록 깔끔을 떨던

극도의 단정함에서 벗어난 지 오래이다.

한 치의 실수 없이 리터박스에서

꼬박꼬박 처리하던 배변도 곳곳에 흘리고 뿜어대고,

가끔 토사물까지 게워내면

마룻바닥은 금세 엉망이 되어 버리는지라.

집을 낮시간 오래 비울 수도 없고

보딩가능한 병원 말고는 타인에게 쉽게 맡길 수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매일 아침마다

고양이가 2층 방문 앞에서

가냘프게 불러대는 “냐옹” 소리에 잠을 깬다.

소리 없이 움직임없이 자는 척을 해도 소용이 없다.

일어나 문 열어 자기를 볼 때까지

“엄마, 일어나, 밥 줘!!”의 부르짖음은 계속된다.

억지로 깨고 나면 안방 문을 열어 눈 맞춤을 해주고,

거실과 현관 쪽 불을 환히 밝히는 것으로

내 하루를 시작한다.

눈으로 마룻바닥과 주방 초고속 스캔을 마친 후

리터박스 주변과 내부를 확인하고

고양이의 밥그릇에 캔푸드를 담아준다.

허겁지겁 간밤의 공복과 허기를 달래고 나면

이젠 엄마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가 웅크린다.

그동안 리터박스 안의 배설물을 떠내고 치워주고

주변 흔적을 물티슈로 박박 문질러 닦는

나의 루틴도 반복된다.


2. 강아지도 여전히 예민하고

날카롭게 짖어대는 성깔은 여전하다.

고양이 때문에 일찍 시작한 아침나절에,

뒤뜰로 나가는 주방 문을 열어주면

강아지는 튀어나가 실외 배변을 시원하게 하고 들어오고,

집안에서도 현관 앞 깔아 둔 패드에

편하게 용변을 처리한다.

자기가 강아지인 양 착각하고

강아지용 패드에 배변하게 된 고양이 때문에

패드를 더 자주 확인하고 새것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

강아지 이 녀석은 아직까진 소화력이 좋은 편이다.

아침으로 캔 하나를 후딱 비우고 나면

물려주는 덴탈 스틱을 야무지게 뜯으며 입가심을 한다.

하루 한번은 집 근처 산책을 해주고자 하지만,

못 그럴 때가 많아 미안스럽다.

병원 정기 체크업서 노화로 인해

눈동자가 회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한편으론 마음이 애잔해 온다.

더 잘 놀아줘야 할 텐데.


3. 타주로 대학을 갔던 외동아이는

이제 늠름한 청년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사무실과 재택 근무를 병행하며 잘 지내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어리게만 보았던 아이가 자라고,

강아지 고양이가 10살이 넘어 급노화의 시간을 맞고,

50대 초반이 된 엄마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주경야독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되는가 보다.

오늘을 살며 꿈꾸며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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