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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Jun 29. 2023

방학 한 달 전 주의보를 발령합니다.

7월에는 태풍과 방학 전 한 달을 주의하세요.

벌써 6월 말이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나 싶다. 시간은 자신의 나이만큼 빠르게 느껴진다더니 시속 30km대를 겪던 내가 40Km/h를 겪으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아니다 만 나이가 되었으니 다시 느려졌으려나?



시간이 빨리 흐르면 좋은 것이 있다. 바로 방학이 가까워진다는 것. 문득 방학을 살펴보니 한 달이 남았다. 이젠 체력도, 마음도 많이 지쳐 디데이를 세는 마음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게다가 올해는 6학년을 맡았으니 배로 긴장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이들은 사춘기라는 시간 속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에 만난 아이들이 맞나 싶게 키도 몸집도 말투도 달라졌다. 토끼띠라 그런지 작년보다 올해는 조금 순하다는 평을 받던 아이들도 역시 6학년이네,라고 생각이 들 만큼 크고 작은 일들이 매일 벌어진다.



얼마 전에는 놀리는 말과 오해로 시작된 다툼이 난투극으로 벌어져 부모님 상담까지 이어졌다. 내가 교사인가 경찰인가 싶은 과정을 거쳐 양쪽 부모의 속상한 마음을 공감, 전달, 중재시키는 상담가가 되어 일주일을 보냈다. 자칫 곤경에 빠질 수 있는 행동을 학부모가 한 후 "선생님이 오해 안 생기게 잘 좀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내게 해결을 떠넘겼다.


"제가요?"

라는 말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해결할 이는 나밖에 없음을 깨닫고는

"네."

라고 대답한 후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했다. 그 덕에 다행히도 좋게 해결이 되었지만 그 결과 내겐 번아웃이 왔다. 그리고 아마 이런 일은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한동안 스트레가 되었다. 



딱 하루를 평온하게 지낸 후, 이번에는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엔 사이버 폭력 수사관이 되어야 한다. 키자니아나 잡월드도 없던 시절이라 초등학생 시절에 번듯한 직업 체험도 못해봤는데 교사가 되어 다양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싶다면 교사를 추천한다. 주의할 점은 유쾌하지 못한 체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만든 남학생들의 단톡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사소한 일이 불씨가 되어 듣도 보도 못한 욕으로 카톡창을 도배했다. 참으로 창의적인 욕이었다. 일반적인 욕을 쓰지 않고서도 충분히 상대방을 비난하고 힐난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게다가 학교에서 큰 문제없이 생활을 잘하던 아이들의 일이라 더 놀라웠다.



여자 아이들의 친구 관계도 불안 불안하다. 겉으로는 싸운 일도 없고 평온하지만 모둠활동이나 활동을 할 때 느껴지는 싸함이 있다. 경력자의 촉이 온다. 예의주시하며 살피고 있다. 제발 서로 편가르 거나 절교, 쟤랑 놀지 마 등의 말을 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매번 다른 반과 다툼이 잦았던 아이도 여전하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눈빛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지적을 할 때마다 한숨을 쉬며 미간을 찌푸렸던 아이가 이제는 눈이 마주치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젠 진짜 안 그럴게요."

"지난번에도 똑같은 말 한 거 같은데? 이번에는 진짜 믿어도 돼?"


남자아이의 두툼한 새끼손가락과 고리 걸며 다짐을 받는다.



매일 지각하던 아이는 이젠 1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다. 저 멀리서부터 쿵쾅거리며 달려와서는 신발도 갈아 신지 않고 앞문에 서서 외친다.


"선생님, 저 지각 아니에요."

"알겠어."



아이들이 커가며 보이는 다양한 모습을 직면하고 있다 보니 오늘은 아이들에게 주의보를 발령했다.

"얘들아, 방학 딱 한 달 남았다. 선생님이 주의보를 발령할 거야. 방학 한 달 전에 사고가 많이 나거든. 요즘 너희 자주 싸우고, 전담 선생님 숙제도 잘 안 하더라? 흐트러진 마음 다시 잡고 한 달 동안 잘 생활하고 즐겁게 방학을 맞이해 보자. 알겠지?"

"네!"






그동안 학급 생활이 '꽁냥꽁냥'이었다면 지금은 '달콤 살벌'이다.

아이들이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지만 왠지 방학이 기다려진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학기 초에 먹었던 홍삼도 다시 챙겨 먹고 있다. 방학을 맞이하기 위해 내게도 주의보 발령이다. 아프더라도 방학하고 아파야 한다. 방학 전에 아프지 않고 성적처리도 잘 마무리하고 아이들 1학기 생활도 잘 마무리하라고 셀프 경고를 한다. 




방학아, 

곧 만나.

웃는 모습으로 꼭 만나자.

어디 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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