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여기가 서울입니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잠시ㅁ.. 어우”
꽉 찬 콩나물 소쿠리 속으로 몸을 밀어 넣고는,
주머니 속 휴대폰을 꼼지락 거리며 들어 올린다.
흔들 흔들,
다들 스크린에 빠져들듯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지만,
기적의 균형 감각으로 제자리를 버티고 서 있다.
‘이번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이윽고 문이 열리자, 거대한 댐의 문이 열려버린 듯
콩나물들이 우수수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 나간다.
쏟아져 나간 콩나물들은 개찰구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수백 명이 3M 남짓한 입구에 서로 어깨를 맞 댄 채로 계단을 오르는데,
흡사 만조에 썰물이 빠져나가는 풍경과 같다.
이곳은 아침 9시 30분, 출근길 강남역이다.
서울로 올라온 상경인들이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지하철일 수 있다.
살던 곳이 지하철이 다니던 광역시라 할지라도, 이곳은 궤를 달리한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길에 줄을 서야 한다거나,
‘~행’ 노선을 타서 목적지 도착 전에 열차가 멈춘다거나,
분명 맞는 방향에서 탔는데, 부천이 아니라 수원으로 내려간다거나.
지역이 넓고 사람이 많으니,
노선이 다양하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은 것이 장점이지만
처음 온 사람들에겐 이 서울 지하철은 혼란이 될 수도 있다.
출퇴근 길, 지하철을 타면 ‘아, 차를 사고 싶다’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가 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해야 했었던 때에는
이 버려지는 출퇴근 시간을 굉장히 아까워했었다.
꽉 찬 소쿠리 속에서 꾸역꾸역 공간을 만들어 책을 읽기도 했고,
해외 비즈니스 채널이나 시사 팟캐스트를 듣기도 했다.
다만 개인적 의견이지만,
우리네 시선은 핸드폰이나 책이 아니라 정면을 보는 건 어떨까.
이곳 지하철에서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다면,
생각보다 보고 느끼는 것이 많다.
출근길 2호선, 꽉 찬 소쿠리에서도 친절한 웃음으로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들과
퇴근길 5호선, 늦은 밤에 퇴근했어도 직무 관련 책을 보며 끄덕이는 사회 초년생들
출근길 4호선, 수첩을 넘겨보며 오늘 미팅을 정리해 보는 정장 차림의 샐러리맨과
퇴근길 3호선, 한강을 지날 때 기관사께선 나지막하게 시를 읊어주시기도 한다.
바쁘고 외로운 서울 살이에, 복잡한 지하철까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가장 큰 도시의 지하철 풍경이 어떤지, 고개를 들고 느껴 보는 건 어떨까.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가고, 때로 혼잡하고 힘들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고, 붐비던 곳은 한산해진다.
우리의 하루와 같고,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콩나물 소쿠리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퇴근길 창밖으로 노을 지는 한강을 바라보며
무사히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 사람들의
벅찬 얼굴을 바라볼 땐 고단함이 녹는 듯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될지,
또 그들의 하루는 어땠는지 둘러보자.
그렇게 이 커다란 도시의 하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자, 지하철이 온다.
우리의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