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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13. 2024

오늘 : 엄마&동생

2024. 4. 13.

1.

동생 경숙이가 예전부터 가파도에 오고 싶어했다. 지난 달에도 오려 했으나 풍랑주의보로 오지 못했다. 그 사이 엄마가 동생이 사는 곳으로 이사갔다. 그러더니 가파도 축제기간에 엄마랑 같이 온다고 한다. 목요일에 오면 다음날이 금요일, 내가 쉬는 날이라 온종일 같이 지낼 수 있다.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목요일 막배를 타라고 했다. 우리집에서 같이 지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집은 비좁아 블루오션 봉윤이형에게 방을 부탁했다. 저녁은 부성식당에서 엄마 - 나이가 환갑이 되도록 어머니보다는 엄마가 편하다. - 가 좋아하는 회를 두껍게 썰어 준비해달라 했다.


2.

봉윤이형 게스트룸에 집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부성식당으로 갔다. 일찌 누나도 불러 같이 회에 술 한 잔했다. 날씨가 좋아, 다행이다. 식사 후 오션블루까지 같이 걸어갔다. 어쩌면 엄마의 가파도행은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 여행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살짝 치매 기운이 있어 동생이 엄마를 가까이 두고 살피겠다 했다. 나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홀로 지내는 엄마가 걱정이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나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아침 근무를 하고 있는데, 동생에게서  엄마가 숙소를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연락이 왔다. 산책 나가셨다가 길을 잃으신 것이다. 근무를 서둘러 마치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전화기를 가지고 나가셔서 통화가 되었다. 장소를 확인한 후 엄마를 찾아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가파도는 섬이라 실종될 일은 없지만, 그래서 숙소를 못 찾아 당황했을 엄마를 생각하니 속이 타들어갔다. 저 멀리 엄마가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질주했던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다행이다.


3.

숙소를 같이 가서 퇴실을 준비했다. 오늘은 가파도 밖으로 나가기 전에 천천히 가파도 구경을 시켜드릴 계획이었다. 봉윤이형이 모닝커피를 타 주었다. 커피 한 잔을 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을 구경시켜 줬다. 엄마는 혼자 살기에는 괜찮다 했고, 동생은 가파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하고 싶다 했다.

아침식사는 가파도에서 제일 비싼 용궁식당에서 정식을 시켜 먹었다. 가파도 고유의 반찬이 많이 나오는 식당이라 여성들이 많았다. 동생도 엄마도 만족한다. 다행이다.

천천히 걸어 전망대도 구경하고, 청보리 밭도 구경하고, 매표소까지 왔다. 영진이 아빠를 만나 운진항에 주차해 있는 차를 빌렸다. 가족이 이동하려면 아무래도 차가 필요할 것 같았는데, 천우신조였다. 운진항에 도착하여 지난 번에 다녀온 적이 있는 산방산 금모래 해안가와 송악산휴게소를 가보기로 했다. 모슬포에 숙소를 잡으려면 체크인 시간이 오후 4시라 그때까지는 근처를 관광하는 것이 낫다 싶었다. 몇 군데를 돌았더니 피곤이 몰려온다. 숙소에 들어가 쉬어야겠다.

4.

 모슬포 호텔에 체크인 하려 했는데, 개를 동반하는 숙박은 불가하다 한다. 아, 반려견을 생각 못했구나.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는 관광객이 많은데 호텔정책은 속도를 못 맞추고 있구나 생각했다. 불평해봐야 소용없다. 상의 끝에 다시 가파도로 돌아가기로 한다. 직원 직계가족은 배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이용하기로 했다. 가파도로 돌아와 이번에는 일찌 언니 집 뒤 빈집에서 하룻밤 묵기로 한다. 민박집은 분주해서 개가 소리를 하도 지르니, 조용한 집을 얻어드렸다. 저녁은 다시 부성식당에서 멍게비빔밥으로 간단하게 해결. 동생이 멍게를 좋아해 추가주문하자 친절한 사장님(선장님)이 추가비용없이 4마리를 잡아 주신다. 어디 가나 이렇게 신세지고 산다.

5.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저녁에 만들어놓은 시금치, 버섯, 콩나물을 한꺼번에 넣은 잡탕된장국을 데우고, 찹쌀현미와 백미를 1:4로 섞어 씻어 불린 밥을 짓는다. 아침 먹기는 가파도 생활을 시작하는 리추얼과 같은 것이다. 예배 드리듯이 오늘 하루 무사히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대합실 문을 열고, 매표 준비를 한다. 9시쯤 되니 동생에게 전화가 온다, 지금 매표소로 가고 있다고.

이제 엄마와 동생과 헤어질 때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디. 엄마와 동생의 2박3일 가파도 여행도 끝이 나고 있다. 10시 20분발 배 티켓을 끊어준다. 멀리서 들어오는 배가 보인다. 엄마와 동생과 포옹한다. 잘 가라, 나의 가족들! 엄마, 경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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