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윤 Apr 18. 2024

오늘 : 초대

2014. 4. 18.

1.

가파도에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초대를 받게 된다. 이사를 왔다, 오랜만에 물고기가 큰 게 잡혔다, 남편이 휴가를 나왔다, 시장을 봐왔다 등등 이유는 수없이 늘릴 수 있다. 풍랑주의보로 날씨가 꿀꿀하다, 오랜만에 김치전이 먹고 싶다. 그 수많은 이유로 삼삼오오 동네사람들이 모여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신다.

내가 살고 있는 은 비좁고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곳도 없어 나는 주로 초대를 받고, 음식이나 재료 등을 싸가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사놓은 고기나 냉동식품, 예비용(?)으로 마련한 소주나 맥주 등을 가져간다. 이른바 냉장고 털어가기다.


2.

며칠 전에는 오션블루 사장님이 돔을 통째로 매운탕을 끓여놓고 지인들을 초대했다. 영진이 아빠가 선물로 받은 돔인데, 손질과 요리를 오션블루 사장님께 부탁드린 거다. 아, 정말 회로도 귀한 돔을 매운탕으로 먹다니. 먹으며 연신 감탄사를 날렸다. 일찌 누나는 부시리회를 들고 와 참전. 소주병이 빠르게 비어졌다. 나중에는 국물에 라면사리를 넣어 마무리. 이런 날이 또 올까 싶을 정도의 잔치였다.

3.

그다음 날에는 축제 때 사회를 보는 고경보 후배 - 축제 때 처음보고 민증을 까서 내가 선배임이 확인되었다. - 초대로 용궁식당에 들러 홍초를 섞은 소주칵테일을 김치찌개와 함께 먹었는데, 주변의 손님들이 횟감을 가져와 조금씩 나눠주는 바람에 진수성찬으로 마실 수 있었다.

4.

그제는 항공사에 근무하는 시원이 아빠가 휴가 겸 가게 수리를 하러 가파도로 들어왔는데, 들어오며 족발과 염통을 가져와 다시 지인을 소집하여 한 잔 했다. 나는 집에서 목살과 동그랑땡, 군만두를 가져갔고, 일찌 누나는 전기불판을 들고 왔고, 옆집 사는 병철씨는 조명등을 설치하고, 영진아빠와 고경보는 구운 햄과 목살구이를 가져왔다. 조금씩 들고 모였는데 야외 테이블이 진수성찬이 되었다.

5.

이렇게 먹고 마시는 이야기만 하니, 돈은 언제 벌고 글을 언제 쓰냐고 지청구를 놓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주야장천 모여 술만 먹는 건 아니다. 없으면 없는 사람들끼리 일주일에 한두 번 있는 음식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따뜻자리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사람들끼리 작은 해방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한 초대를 어찌 마다할까. 그래도 이번 달에는 모임이 잦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능할까?

이전 07화 오늘 : 0416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