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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26. 2024

오늘 : 2주 만에 외출

2024. 4. 26.

1.

오늘은 금요일, 나의 정기휴일. 아침에 아름다운 여성들과 줌으로 수업을 마치고, 1시 20분 배를 타고 가파도 밖으로 나갔다. 어제 우리집 방충망을 수리해 준 재승이와 함께. 나는 안경점에 들러 야외활동을 위한 선글라스를 맞추고, 농협에 들러 새로운 통장을 개설하고, 총각네 고깃간에 들러 삼겹살, 목살, 찌개거리 살을, 대정 오일장에 들러 아삭이 고추를, 홍마트에 들러 야채 등을 사는 일정이었다. 재승이는 철물점에 들러 집수리용 재료를 사는 일정이고. 겹치는 게 하나도 없지만 재승이는 가파도에 2년 넘게 살면서도 대정 오일장에  가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일장으로 동선을 맞추기로 했다.

오일장에 있는 꽃집. 꽃들이 하도 예뻐 한 장!

2.

재승이와 함께 오일장을 구경하다가 떡볶이와 튀김을 시켜 먹었다. 재승이는 야채튀김을 좋아하는데 없다며 아쉬워한다. 식재료 값이 올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는지 야채튀김만 메뉴에서 쏙 빠졌다. 날씨가 더워 나는 연거푸 물을 넉 잔이나 마셨다. 갑자기 여름 날씨다. 이렇게 걷다가 더위 먹겠다.

시장에 들러 아삭이와 풋고추를 오천 원 어치씩 샀는데, 지난번에 비해 양이 훌쩍 줄었다. 식재료를 파는 할머니도 재료값이 너무 올라 팔아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한숨이다. 흥성거려야 할 시장이 예전에 비해 한가하다.

3.

무인택배함에 들러 영진이네 택배를 찾아 배에 실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돼 택배가 가득이다. 가파도 선착장에 내리니 영진이 아빠가 차로 대기 중이다. 편하게 차를 타고 집골목에 내려, 걸어 들어가는데 예전 같으면 나를 보자마자 피했던 골목 고양이들이 떼를 지어  모여있고, 나를 본 체 만 체 한다. 어랍쇼, 이것들이 이제 배짱이네.^^ 고양이를 지나 집으로 접어드는데 고양이들이  마당까지 따라와 쭉 자리를 잡는다.

내가 나타나면 감자가 나타나고, 감자가 나타나면 내가 고양이 캔을 딴다는 소식을 들었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감자가 나타나고 고양이 캔을 서 감자에게 먹이니 주변에 둘러앉아 감자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린다. 감자가 반쯤 먹고 사라지자, 이번에는 카레가 밥그릇을 차지하고, 카레가 반쯤 먹고 기지개를 켜니 슬금슬금 다른 고양이들이 밥그릇으로 다가온다. 이 모습이 하도 웃겨 사진으로 찍어뒀다.

자기네 끼리도 식사의 서열을 아나 보다. 우선은 영역의 터줏대감이 먹고, 다음이 손님 차례다.

4.

더위를 먹었는지 몸이 지친다. 일찌 누나 뒷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오래도록 사워를 했다. 피곤이 풀리는 듯하다. 오늘은 저녁을 일찍 챙겨 먹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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