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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y 04. 2024

오늘 : Another Page

2024.  5. 4.

1.

어제는 정기휴일, 오전에 수업도 없어 하루 종일 쉴 수 있는 날이었다. 아침 9시 첫배를 보내고, 9시 20분 티켓을 끊었다. 근무를 교대하고 다음 배를 타고 나가기 위해서. 특정한 목적 없이 모슬포로 나갔다. 다이소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이스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했다. 날씨가 따뜻하다, 마치 여름처럼. 반팔 티 차림으로 나왔지만 전혀 춥지 않다.

햇볕 잘 드는 곳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뭘 할까 생각했다. 바빠서 가보지 않은 골목을 돌아다니며 동네 관광을 하다가,  송악도서관에 들러 책이나 빌려봐야겠다. 그리고 총각네 고깃간에 들러 가파도 친구들과 함께 먹을 삼겹살을 사야겠다. 아, 고양시로 가기 전에 고양이 사료도 한 포대 사놔야겠다. 매일 참치캔을 먹일 순은 없으니까.


2.

대정초등학교 뒷문 쪽으로 걷다가 작은 동네책방을 발견한다. <모슬포 동네책방 Another Page>. 10평 남짓한 공간에 책은 별로 없지만, 깔끔하고 책을 잘 선정하여 보기 좋게 디스플레이를 했다. 반가움 반, 호기심 반으로 들어가 기웃대니 젊은 책방 주인이 응대를 한다. 이 한적한 곳에 책방이라니, 장사는 되려나 걱정된다. 둘러보다, 응원 차원에서 책 두 권을 샀다 (물론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으로).

책방주인도 낯선 손님의 등장에 조금은 긴장한 듯 보였다. 가파도 매표소에서 근무하며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작가라고 나를 소개했다. 그리고 명함 한 장을 받았다. 주인은 반갑게 마중하며 자주 오라고 한다. 단골이 또 하나 생겼다. 이 외진 곳에서 동네책방을 하는 주인장을 응원한다. 주소는 대정읍 동일하모로 220번길 19.

3.

걸어서 송악도서관으로 향한다. 가파도 청보리 축제 시작하기 전에 가보고 한 달도 넘게 가지 못했다. 도서관에 들어가니 사서 선생이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맞이한다. 두 달 전에 가파도 매표소로 그림책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보내주마 했는지 책이 오지 않아, 그것도 궁금하던 차에 들른 것이다. 사서 선생은 책을 두 박스 챙겨 놨다며 어떻게 보내면 되는지 묻는다. 결국 운진항 무인택배함에 가져다 놓으면 내가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조만간 가파도 매표소에도 작은 책장이 생길 것이다. 평소에 꿈꿔왔던 매표소 내 책방이라 뿌듯하다.


4.

가파도로 일찍 복귀하여, 젊은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아이 교육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섬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평소에는 학원을 보낼 수도 없으며, 방과 후 교실도 제대로 꾸리기 힘들다. 특히 방학 때에는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물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가난한(?) 학부모들끼리 힘과 재능을 합쳐 해결해 보자고 이야기한다. 나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야겠다.


5.

일찍 잤더니 일찍 눈이 떠진다. 오늘은 토요일, 연휴의 시작이다. 일요일 오후에 풍랑주의보 소식이 있지만 날씨는 변덕이 심해 알 수 없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바람이 세차다. 주의보 소식은 없다. 오늘은 차분하게 어제 산 책을 읽어봐야겠다. 아키코 부시가 지은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제목이 근사하다. 합이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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