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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y 08. 2024

오늘 :  가파도 환갑잔치?

2024. 5. 8.

1.

계획대로 라면 어제저녁 7시 55분발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고양으로 가야 했다. 이미 한 달 전에 표를 예약해 두었으니 느긋하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배를 타고 가파도에서 나갈 예정이었다. 짐도 싸놨고 매표소도 한가하다. 하루 근무가 끝날 무렵, 마지막 점검 차 버스 시간과  비행기 시간을 맞춰 보는데 기분이 싸하다. 예약 비행기표에 7시 55분이라고 찍혀 있다. 아뿔싸, 저녁 7시가 아니라 오전시간 티켓을 끊은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강하다 했는데, 나는 인간인지라 디테일에 진 것이다. 19시 표를 끊었어야 했는데.


부랴부랴 저녁표를 구했으나 매진. 다음날 새벽이나 아침표를 구했으나 그 또한 매진. 매진이 뜰 때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겨우 얻은 표는 오후 12시 반 표.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고, 병원에 연락하여 예약을 연기하고, 일정을 다 조정해 놓고 나니 맥이 탁 풀린다.


2.

그냥 나가서 공항에서 표를 구걸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환갑날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냥 가파도에서 하룻밤 더 자고 첫배를 타고 나가야지 결정했다. 근무가 끝났는데 가파도에 있는 나를 발견한 동네 사람들이 왜 안 갔냐고 묻는다. 내가 못 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일찌 누나와 영진이네 식구들이 저녁 식사나 하자며 집으로 초대했다.

근무를 마치고 영진이네 집으로 냉장고에 있는 목살과 군만두를 챙겨 들고 갔다. 영진 엄마는 명색이 생일인데 미역국이라도 먹어야 한다며 미역에 참치캔을 따서 국을 끓여 내왔다. 고기를 굽고, 꼬치를 튀기고, 밥상을 차리니 제법 근사한 생일상이다.

가족들과는 동영상으로 통화를 하고, 생일날 새로 생긴 가족(?^^)들과  파티를 한다. 영진이, 예나, 은율이가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 줬다. 고마워 코끝이 찡하다.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3.

아침에 번쩍 눈이 떠진다. 어제저녁에 푸짐하게 먹었으니 아침은 간단하게 커피 한 잔. 짐은 이미 매표소에 있으니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출근한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워 있지만 배는 뜰 것이다. 그럼 됐다. 돌아가도 고양에만 가면 된다. 자, 이번에는 진짜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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