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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r 12. 2022

그리움

있지 난 말이야 사실

그리움


정희정


있지 난 말이야 사실

짙은 어둠이 물든 새벽에

주황빛 가로등이 밝혀준

길가의 벤치에 앉아

오지 않을 너를 기다렸어.


쌀쌀한 바람만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가로등 불빛만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


한참을 아주 한참을..

고개를 푹 숙인 채 땅을 바라보다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오지 않을 너를 기다렸지


그리고 난 거기서 네가 아닌

그리움을 만났어.

결국 그리움만 찾아오는구나

서글펐어.


난 그곳을 울면서

유유히 떠나버렸지.


있지 난 말이야

이젠 너를 다 잊었지만

그날의 내가 기다린 공간은

내 마음에 남겨두었어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가끔 그 공간 안에

나를 두곤 해

그곳에서 그리움을 기다려.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땅을 바라보다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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