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정
정희정
반짝반짝한 해가 지고
어수룩한 짙은 밤이 찾아온다
화창했던 나의 웃음도
짙은 밤에 가려진다
밤의 바람이 쓸쓸한 노래를
내 귓가에 속삭이며 노래한다
그 노래는 기어코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와
불안하고 공허하게 헤집어 놓는다
이런 내 마음을 들어줄 사람이 없을까
주위를 둘러보지만
짙은 밤만 나와 함께 할 뿐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속에 가린 보름달이 희미하게 보인다
달아, 너의 빛도 밤의 구름이 가렸구나
달아, 너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니
이 어둠 속에 희미하게라도
빛을 비추는 건 너밖에 없구나
달은 이야기한다
눈을 감고
이 밤이 지나가길 기다리면
밝은 해가 이 어둠을 거두고
어김없이 너를 찾아올 거야
화창한 너의 웃음도 돌려줄 거야
밤의 바람이 부른 쓸쓸한 노래는
푸른 바람이 다시 쓸어갈 거야
그러니 어서 눈을 감고
이 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자
곧 아침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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