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정 Mar 13. 2024

연기를 팝니다 -2화 -




“저… 저기요 형” 

중학생 교복을 입은 통통하고 동그란 안경을 쓴 남학생이 입을 우물쭈물하며 진헌을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공원 말고 다른 장소에서도 연기가 가능해요?”



중학생이라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진헌은 


“밖에서는 안 해요,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도 안 돼요” 하고 진헌은 손을 훠이훠이 휘날렸다.

 “애니메이션 연기 아니에요…. 그냥 밖에서 연기 2~3시간만 해주면 안 돼요? 

별거 아니에요. 이번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진헌은 떨떠름하게 학생을 쳐다보자 남자 중학생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를 여러 개 꺼내서 진헌에게 보여준다 


“제가 10만 원 정도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 안 될까요?”

진헌은 잠시 그 돈을 쳐다보다가 담배를 끄고 학생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다

“어떤 역할이 필요하실까요? 손님.” 

그제야 학생은 안심한 듯 순박하게 웃으며 

“저 내일이 생일인데 친구 역할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냥 피시방 가서 게임하고 노래방 같이 가서 놀아주세요” 

“그거면 돼?” 

“네 저는 사실 생일날 친구들이랑 같이 논 적이 별로 없어서…. 전학을 와서 더 친구가 없기도 하고…. 

이번 생일만큼은 친구랑 같이 놀고 싶었어요”


진헌은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너 이름이 뭐야? ” 

“저는 이규민이라고 해요”

“그래 규민아, 내일 너 학교 수업 끝나고 보자, 내가 교문 앞에서 기다릴게”


규민이는 잇몸을 활짝 드러내고 웃는다 

“형 그러면 내일 봐요! ” 하고 손을 크게 흔들며 뛰어갔다.


다음날 미리는 또 진헌의 연기를 보려고 학교 수업이 끝난 후 곧장 공원으로 달려갔지만, 진헌이 있었던 벤치에는 판넬만 덩그러니 있었다.


[출장 갔습니다]


“아저씨가 출장도 가나?” 


미리는 가만히 판넬만 바라보다가 아쉬운 듯이 발길을 돌렸다.

진헌은 학교 앞에서 규민이를 기다렸다. 규민이는 진헌을 발견하자마자 또 잇몸을 활짝 보여주고 웃는다. 후다닥 뛰어서 진헌한테 다가왔다.


“어이 친구, 오늘 뭐 하고 놀까?” 하면서 진헌은 규민이에게 어깨동무했다.

“어제 말한 피시방. 가요! 아저..저..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그래 형이라고 불러라, 피시방 게임 뭐 할까?”


진헌과 규민이는 피시방에서 라면이랑 김밥도 사 먹으면서 둘이 신명 나게 게임을 했다. 진헌은 게임을 진짜 못하는데 승부욕이 강해서 규민이한테 지면서 계속 분해하고 규민이는 그런 모습을 보며 또 즐겁게 웃었다. 피시방에서 한참을 놀다가 둘은 코인 노래방으로 향했다.

“규민아, 너 노래 잘 부르냐?”

“아 남들 앞에서 불러본 적이 없어서…. 혼자서만 코인 노래방 종종 갔거든요. 그래서 잘 부르는지 못 부르는지 잘 모르겠어요”

“오 그럼 내가 너 노래 처음 듣는 친구겠구나! 기대 많이 할게”


규민이는 쑥스러운지 또 순박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규민이는 익숙한 듯 리모컨으로 외운 노래 번호를 누르고 


“아, 아, 음.” 목소리를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했는데 진헌은 사실 별 기대 없이 있다가 규민이의 노래 실력에 크게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야 너…. 그냥 잘 부르는 게 아니라 그냥 가수처럼 부르잖아?”

“정말요? 정말이에요? 저는 남 앞에서 불러본 적이 이번이 처음이라서 제가 잘 불렀는지 몰랐어요. 저 정말 잘 불러요?”

“너 나중에 가수를 하든, 뮤지컬을 하든 꼭 노래로 하는 거로 뭐든 해봐. 넌 틀림없이 너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을 거야. 너 진짜 노래 잘 부른다. 뭔가 호소력도 있어”


규민이는 마이크를 잡고 있다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흐어엉 하고 울었다.

“야 왜 울어~ 사내놈이 이런 거 가지고 울지 마.”


진헌은 규민이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엉엉.. 저요…. 이런 칭찬 진짜 오랜만에 들어봐요... 흐어어엉”

“저 사실 친구도 없고 너무 외롭고…. 다들 저 뚱뚱하다고 놀리기만 하고.. 엉... 엉 형사실

저 진짜 너무 되게 힘들었거든요... 흐엉엉”


진헌은 그냥 가만히 규민이를 안아주었다.

“그래 울어라 울어. 살찐 거야 뭐 어릴 때 다 살찌지! 형도 뚱뚱했었는데, 다 키로 갔어.”

너도 그럴 거야 인마, 뭐 그리고 지금도 퉁퉁하고 귀엽기만 하는구먼.” 


“정말요…. 훌쩍…. 근데 형.. 별로 키 안 커 보이던데”


“살이 있어서 이만큼이라도 큰 거야, 이 자식.. 팩트를 날리니. 어쨌든 살이 뭐가 중요하니 놀린 애들이 이상한 거지, 그런 애들하고 놀지 말고 형이라 놀아 형이 진짜 친구 해줄게”


“으어엉... 엉.. 형,, 정말 고마워요.. 흑흑”


규민이는 그렇게 진헌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울다가 규민이는 다시 서러운 듯이 노래를 부르고 또 진헌을 보고 울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둘이 듀엣곡도 같이 부르고 춤을 추고 그렇게 코인 노래방에서 한참을 놀았다.


한참 동안 노래방에 놀아서 진헌은 지쳐있었고 규민이는 왠지 속이 시원해 보였다.


“형 오늘 고마웠어요! 오늘 진짜 최고의 생일이었어요!”

규민이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고 했다. 그러자 진헌은 규민이의 손을 낚아채더니


“야 아직 메인을 안 했어. 저기 좀 가자”

 진헌은 규민이를 데리고 노래방 옆 빵집에 들어갔다. 

“생일이면 그래도 케이크에 초는 불어야지” 

진헌이는 케이크를 들고 규민이와 함께 공원을 갔다. 벤치에 앉아서 케이크를 꺼내고 초를 꽂고 있을 때, 

공원 노점 상인들이 한두 명씩 다가왔다. 호기심 많은 번데기 아주머니가 먼저 물어봤다


“뭔 케이크야? 누구 생일이야?”

진헌은 초에 불을 붙이면서

 “아 요 같이 앉아있는 녀석.. 제 친구인데 생일이라서요”

“아이고 그래? 뭐가 이리 단출해. 초에 불 붙이지 말고 잠깐 있어봐, 

다들 뭐라도 하나씩 가져와 봐요”

노점 상인들은 또 각자 허둥지둥 자리에 가더니 먹을거리를 하나씩 다 챙겨 왔다.

번데기, 핫도그, 호두과자, 솜사탕 등등 벤치가 어느새 음식으로 한가득 채워져서 규민이랑 진헌도 벤치에 자리가 없어서 일어났다.


“진헌이 친구라고 하니 우리도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 불러줘야겠구먼”

규민이를 한가운데 세우고 다들 생일 노래를 불러줬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규민이는 입술이 삐죽거리며 볼이 들썩들썩하더니 또 울었다. 진헌은 웃으며 

“야 너 오늘 왜 이렇게 많이 우냐, 남자는 세 번만 울라고 하는데 넌 오늘 다 울었네. 울었어” 

하더니 생크림을 규민이 얼굴에 묻히며 장난을 쳤다. 

그렇게 다들 축하를 하고 케이크를 나눠 먹고 진헌과 규민이 둘이 벤치에 남았다.


“참, 저 돈 드려야 하는데 오늘 정말 행복해서 또 까먹고 있었네요. 헤헤”

하면서 규민이는 돈을 꺼내려고 했다. 진헌은 그런 규민이를 막았다.


“됐어, 친구끼리 무슨 돈거래를 하냐! 형이 다른 생일 선물은 못 해주고 친구 된 거. 이걸 생일선물 한 걸로 치자. 나 원래 친구 잘 안 사귀어 인마” 하면서 규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간이 지나고 둘은 잠시 멍하니 벤치에 앉아서 공원 수로에 물 흐른 걸 바라봤다. 그러다 진헌이 말을 꺼냈다.


“규민아, 지금 좀 힘들어도 잠시 너의 인생에 한때 일 거야,, 시간이 지나면 좋은 인연들이

또 너에게 다가올 거야. 그러니까 지금 좀 힘들어도 한번 버텨봐. 오늘처럼 형 같은 친구도 생기는 날이 오기도 하잖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넌 분명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길 거야 ”


“정말…. 그런 날이 오겠죠? 오늘처럼”

“그럼 오늘처럼, 그런 날이 또 올 거야”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연기를 팝니다 -1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