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근로자(채용) 안전교육
춘분을 지나 낮이 더 길어지고, 포근해지는 봄날씨.
걸을 때마다 두껍지 않은 바짓단이 펄럭이는데 이전과 같은 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곧 봄비가 오려나? 그러면 겨울눈이 더 옹골차지고, 매화꽃송이가 동그랗게 자라날까?
길고 길었던 겨울방학의 마지막 주. 오늘 햇살은 더 화사하게 하늘을 밝혀준다.
지난 주말부터 안전보건진흥원 교육센터 누리집을 통해
근무 전 근로자(채용) 안전교육을 받았다.
의무교육인 8시간, 8교시의 강의를 듣고, 최종평가점수 70%이상 받아야 수료가 되고.
그 이하는 재응시를 할 수 있으며, 수료 후 증서를 출력해서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블랙박스로 친숙한 한문철 선생님이 사례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사업장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원인은 아주 작고 기본적인 수칙(조작미숙, 위험미고지, 작업장 미정리 등)을 지키지 않아서가 많으나,
결과는 생명을 잃거나 무시무시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영역과 관계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적용될 만한 것들은 주의깊게 들었다.
꽤 긴 시간이라 한 두 강좌씩, 쪼개서 며칠동안 들었고, 70점 이상 맞을 수 있을까? 긴장하며 시험에 응시했는데..
겨우 10문항이 나왔다. 90점으로 통과~ㅋ 수료증 출력하고, 등본 출력하고~!
첫출근에 가져가야할 서류 준비 완료. 숙제를 끝냈다.
얘들아, 방학 숙제는 좀 했니? 1,2월간 쭉 겨울방학이던 아이들.
아침기상은 점점 늦어지고, 밤은 점점 길어지는 방학.
식구가 다섯이요, 성장기 아이들의 입은 쉬지 않고 열려있고, 돌밥돌밥~끼니를 챙기는 것에 지쳐가는데…
이제 일주일 후면 개학이다~!
학교급식의 소중함을 가장 많이 느끼는 기간이 방학 아닐까 싶다.
학기중에 항상 급식으로 다채로운 메뉴를 접하는 아이들은 늘 비슷한 음식으로 돌려막기하는 엄마의 심정을 알까.
매일 점심 먹으면서, 저녁은 뭐 먹냐고 물어보면 가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그래도 입맛에 맞춰서 먹고 싶다는 것은 배달도 시켜주고, 라면도 많이 먹였다.
학교가면 점심 걱정이 없으니 얼마나 좋아.
이제 나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날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나는 급식세대가 아니다.
고3 무렵에야 개인적으로 신청해서 받아먹는 도시락 급식이 있었고, 야간자율학습을 하기 위한 저녁 도시락은 어떻게든 집에서 싸와서 먹었다.
도시락에 대한 좋은 추억은 별로 없다.
늘 김치와 마른반찬, 부끄러움이 많았던 점심시간…그마저도 싸기 어려워, 하루 천 원 - 빵과 우유로 점심을 떼웠던 시기도 있었다.
조금은 아픈 기억 몇 가지가 있어서, 나는 아이들에게 혹은 사람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식품영양학)쪽으로 진로를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먹고 사는 게 다 인 것 같은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이 우리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먹는 것을 누군가가 돌보고 챙기는 건, 사실 어렵고 번거롭고 고된 일이다. 먹는 건 10분인데, 만들고 치우는 건 100분도 넘으니까.
누군가를 먹이는 일은 생명유지를 위한 수단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가치와 진심이 담기는 일이고, 먹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받침이 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 더 건강을 생각하고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기 위해 노력해 왔었다.
어릴땐 냉동식품을 먹이지 않고, 시판 양념을 잘 쓰지 않고, 돈까스나 동그랑땡 같은 건 직접 만들어 먹이기도 했다.
초보엄마 딱지를 떼고 나니, 처음의 열정과 체력도 떨어졌다.
형편이 되지 않아 저렴한 식재료를 찾을 때도 있었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만들어진 음식을 먹일 때도 많았다.
방학이 되면, 빙빙 돌아가는~ 돌밥의 회전목마에서 내리지 못하는 어지러운 엄마의 마음은 다 공감되지 않을까?
이토록 긴 방학기간이 지나고, 학교에 가면 걱정없이 영양잡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방학 끝무렵이면, 어서 개학이여 오라~! 얼마나 고대하였던지.. 이제 정말 끝나간다.
그런데, 방학이 끝나고 해방감을 누릴 새 없이 출근이다. 하. 이제 진짜 다가오는 첫출근의 압박감..
아이들 개학과 입학 준비물을 챙기면서, 내 마음도 챙겨본다.
아이들을 먹이는 일이다.
나는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점심시간을 만들어주는 일에 동참한다.
고된 업무 중에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기쁨이 번져오겠지..
매일 보람과 기쁨을 줍는 마음으로, 허리를 숙여 아이들을 마음까지 어루만질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개학.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