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제일 먼저, ‘영화’라는 단어를 준비한다.
그리고 ‘좋아한다’라는 서술어를 활용하여 ‘영화’를 꾸며 준다. 이 두 가지를 이어 보면,
‘좋아하는 영화’
라는 말이 완성된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비어있는 주어의 자리를 채워 의미가 다른 두 가지 ‘영화’를 완성해 본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남들은 별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문제로 여겨 관심조차 두지 않을 테지만,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대중’에게 중심을 두느냐, 영화를 만드는 당사자인 ‘나’에게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영화 제작의 방향성과 표현의 색깔이 아주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촬영 때문에 두 달 정도 일본에서 지내고 있을 때, 그곳에서 함께 일하다가 친해진 녹음 기사님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와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먼저 만들고 난 후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거라며 둘의 순서를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순서가 마음에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연애로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내가 누군가를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 사람이 나의 존재를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조금이라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일방통행이던 나의 짝사랑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의 사소한 습관부터 취향, 심지어 사소하게 흘린 말들 전부를 기억해두기 시작한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평소에 즐겨 듣는 음악까지 함께 듣기 위해 아마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 나의 노력이 스며들어 그 사람이 내게 관심을 보일 때쯤이면 그땐 나의 세계를 조금씩 꺼내 보여주어도 그 사람은 아마 나를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서로가 서로에게 서서히 녹아들다가 마침내 연애가 시작될 것이다.
영화를 통해 세상과의 연애를 꿈꾼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서 함께 웃고 떠들고 싶다.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도 함께 좋아해 줄 날이 오기를 살짝 기대하면서 말이다.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의 제목은 날것 그대로의 솔직한 글을 뜻하는 ‘날것’과 날개가 돋친 듯 승승장구 높이 날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본 ‘날것’, 한 단어가 가진 중의적인 의미에 꽂혀 재치 있게 표현해보았습니다. 주로 특정 단어나 단어가 가진 뜻에 꽂혀 보통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첫 순간에 느껴지는 날것 그대로를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며 ‘날것?’으로 도약하여 ‘날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