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육일칠 Apr 03. 2024

롤러코스터 타다가 떨어진 손님의 휴대폰을 찾아라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떨어뜨린 당신의 휴대폰, 찾을 것인가? 휴대폰은 롤러코스터가 뒤집어지는 순간 떨어졌다. 롤러코스터 레일 밑에 깔린 돌무더기에 떨어졌으니 액정은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심지어 돌무더기손님인 당신이 들어갈 수 없다. 이런 악조건을 무릅쓰고 찾는다면, 당신의 휴대폰 안에는 사라져선 안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는 롯데월드에서 드문드문 있는 일이다. 안전청결 캐스트는 롯데월드의 마감 시간이 되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잔류 손님이 없는지 확인한다. 보통은 아무런 문제 없이 손님을 내보낸다. 하루는 한 손님이 숨을 가쁘게 쉬며 뛰어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 딸아이 핸드폰 좀 찾아주세요. 어제 롤러코스터 타다가 떨어뜨렸어요. 롯데월드 측에 문의해 보니 내일 오셔서 직원을 통해 해결하라 하셨어요."


퇴근을 앞둬서 신난 마음이 팍 죽어버리는 캐스트와 바이저. 바이저의 조곤조곤한 설명이 이어진다.


1. "저희가 휴대폰을 찾아 드릴 순 있어요. 그런데 지금 파크 마감 시간이 다 되었어요. 지금 어두운 밤인데 돌무더기에 들어가 찾으면 파크 마감 시간을 지킬 수가 없어요."

2. "저도 이렇게 무리한 부탁드리는 거 죄송해요. 그런데 정말... 이 휴대폰은 꼭 찾아야 해서요... 어떻게 좀 찾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


1,2와 비슷한 내용의 대화가 3번 정도 반복된다. 지친 바이저는 캐스트에게 전달한다.


"돌무더기 들어가서 한 번 찾아보자"


바이저는 대여섯 명의 캐스트를 이끌고 휴대폰을 찾으러 갔다. 손님이 들어갈 수 없는 직원용 통로로 들어가니, 롤러코스터 바로 밑 돌무더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돌은 제각각 크기가 다르고 발 디딜 면적도 달랐다. 발을 잘못 디뎌서 균형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액정 깨진 휴대폰이 돌무더기에 쌓이는 것이다. 손님의 휴대폰을 찾기 위해 각자 휴대폰 조명으로 돌에 빛을 비추며 찾아다니는 광경. 열정적으로 찾아야만 했다. 휴대폰을 찾아야 퇴근하니까. 못 찾는다면? 찾다 찾다 지치는 순간까지 찾아야 할 것이고, 그래야 퇴근할 것이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발이 아파 온다. 휴대폰 배터리는 50%에서 10%로 생을 달리하기 직전이다. 이제 그만 찾고 퇴근하고 싶다... 싶을 때, 갑자기 바이저의 목청 큰 부름.


"얘들아 내 쪽으로 전부 모여라!"


결국 못 찾았구나. 그래도 퇴근은 할 수 있겠네... 하며 돌아가는데, 저 멀리서 돌아오는 동료 캐스트 K의 얼굴이 싱글벙글하다. 다른 동료 캐스트는 K를 바라보며 감탄스러운 표정이다. K의 양쪽 손을 자세히 살펴본다. 왼손 오른손에 하나씩 휴대폰을 들고 있다! 어떤 손에 든 휴대폰이 손님의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K는 액정 깨진 휴대폰을 2년간 써 온 독종이기 때문. 만신창이로 사느니 차라리 죽여달라는 휴대폰의 절규에도 K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K는 바이저에게 휴대폰을 전달했다. 휴대폰은 손님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다. 그러나 손님은 휴대폰을 찾아준 실제 인물인 K에게 고마움을 전달하지 못했다. 휴대폰을 찾은 사람은 K였지만, 손님에게 휴대폰을 전달한 사람은 바이저였기 때문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음에 K는 회의감을 느낀다. 보상이라면 거친 돌무더기를 비집고 휴대폰을 찾았을 때의 희열감 정도? 바이저가 손님의 휴대폰을 찾았다면 회의감을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이저님은 보람찬 일을 직접 했음에 기뻐할 것이다. 캐스트는 손님의 휴대폰을 찾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할 것이다.


가장 좋은 건, 바이저에게 휴대폰을 받은 손님이 휴대폰을 직접 찾아 준 캐스트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다. 캐스트가 잘한 일이 바이저를 통해 보고되어야 할 때, 그 일을 누가 해 냈는지 알아주는 손님에겐 친절함을 아끼지 않게 된다. 친절한 캐스트는 롯데월드에 필요하다. 캐스트의 친절함을 알아주려 노력하고 고마워하는 손님은 롯데월드에 더더욱 필요하다.

이전 15화 손님의 프레첼을 못 먹게 하고 칭찬 배지를 받는 법-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