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힘들지만 계산을 통해 답이 나올 때의 심플한 희열을 좋아한다고.
나는 수학을 좋아했다. 전형적인 이과형 머리이다.
수학이외 기타 이과과목들은 이해가 참 빠르고 쉽고 재미가 있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고 못하는 것은 체육이다.
운동장에 서있는 것부터가 나에겐 제일 힘든 시간이었고 근력이 약한 나는 체육이 들어있는 날은 마음이 무거워져서 학교 가는 발걸음도 무겁고 급기야 늘 배가 자주 아팠다.
체육은 뭐 그렇다 치고 교과과목중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역사와 세계사였다.
중학교 때까지는 고만고만 한국사를 달달 외워서라도 성적을 만들었지만 고등학교시절부터는 세계사를 못하니 역사까지 따라서 내 발목을 잡았다.
뭐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 성적을 주저앉게 만드는 두 과목이 나의 가장 큰 핸디캡이 되었다.
나이가 들고 엄마가 되어서 생각해보니 독서량도 부족했고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습관이 나에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아이들에게는 책을 많이 읽히고 사고력이 넓은 아이로 키워 내리라 마음속에 다짐을 했나보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외벌이 전업주부시절에도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책을 사주게 되었다. 육아서적을 통해 배운 육아교육법들을 하나하나 실천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갈 때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용해보는 것은 무조건 언어적인 부분이 컸다.
아이들의 동화책을 읽어주기 위해 구연동화를 배우고 목이 아프고 피곤해도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꼭 책과 함께 놀이를 하였다. 책이 장난감이 되도록 늘 생활 속에 장난감보다는 책의 비중을 두었다.
다행이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고 거부하지 않았다.
독서력이 조금되는 시점부터는 엄마의 한이 되었던 역사와 세계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서적들을 엄청 사들였다. 아이의 책을 읽어주며 놀라는 부분이 생겼다.
아!~ 내가 이 책들을 초등학생 때만 읽었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 달라졌겠구나.
어쩜 이리도 재미있게 책이 읽혀질까?
우리아들은 절대 엄마처럼 역사를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한 놀라움과 바램들을 담아서 독서력을 쌓아갔다.
그래서였을까?
다행히 큰 아들은 책을 읽는 양과 이해력이 높았고 결국은 완전한 문과형 머리가 되었다.
언어적인 이해력은 모든 과목이 기본이 되는 것을 이제는 모든 학부모님들께서 알고 계신다.
언어적 이해가 빠른 친구들은 우뇌 형들이 많다.
내 아들도 전형적인 우뇌형 머리가 된 것이다.
반면 어려워하던 수학이 자칫 수포자의 형태로 나타날까 걱정을 했었는데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서서히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며 엄마로써 놀랍기도 했다.
큰 아이를 키울 때 엄마로써의 바람은 즐겁고 행복한 아이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장은 빛을 발하지 못하더라도 서서히 달아오르는 뚝배기처럼 대기만성으로 성장하면 참 좋겠다고 매일같이 바램을 가졌었다. 늘 아이가 일등만 할 수도 없고 늘 만족할 만한 결과들만을 만들어내지 못할 때도 많다 . 그럴때 아이를 비난하거나 다그치기보다는 부모로써의 섭섭한 마음이 있더라도 한번 누그러뜨리고 이렇게 말해주었다.
“수고했어.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끝. 엄마는 너를 믿어.”
늘 부족함을 가장 절실히 깨닫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함을 내가 알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간절한 것도 본인임을 알았기에 아이를 지나치게 다그치며 엄마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무지 인내하기도 했었다. 아들은 기억할지 모르지만…….
내가 좋아했던 여행 작가 중에 한비야씨가 있다.
그분의 여행체험 서적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열어주기에 충분했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두려움 많았던 나에게 동기부여가 분명되었다.
한비야씨의 아버지께서는 식탁아래에 세계지도를 깔아두고 세상을 하나의 운동장이라 생각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들었다. 세계사의 기본 세계 지도를 나는 벽에 도배를 해놓았다.
한쪽 벽면에는 한국지도를.
한쪽 벽면에는 세계지도를.
그리고 계획했다. 경제력이 허락이 되던 안 되든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자.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위해서는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한번이라도 보여주고 꿈을 꾸게 하리라 마음먹었다. 초, 중, 고등학교시절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크고 작은 여행들을 참 많이 다녔다.
아이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아!~나 거기 다녀왔었는데…….라는 생각만 가지더라도 친근감 있게 세상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했다.
많은 여행의 경험덕분인지 아이들은 짐을 챙기고 길을 떠나고 낯선길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들에 부담을 많이 갖지 않는다. 오죽하면 큰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 제일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시기에도 함께 여행가자고 하면 공부를 접고 여행을 떠났을까?
우리가족의 여행은 늘 모두가 함께 공동체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절대 부부지간에만 어디를 가는 적이 없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버리고 각자의 스케줄이 더 바빠서 시간 맞추기가 힘들지만 우리는 그때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못하는 것이 있다면 나중에 때 되면 하겠지.
안되면 다른 거하면 되지.
너무나 쉽게 포기하고 쉽게 내려놓는 이야기들을 하신다.
물론 A가 아니면 B를 잘 하면 되겠지만 세상을 오래살고 아이들을 오래 지켜보면 하나를 성취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다른 B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영역별로 부족한 것이 있다면 뛰어나진 않더라도 모자라는 부분을 아예 포기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다양한 자극을 주고 호기심을 갖도록 도와주어야만 하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게 체육이라고 말하고 생각해보면 나는 단 한 번도 운동을 부모님과 또래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해본 기억이 전혀 없다. 슬프게도 우리 시절의 부모님들께서는 자녀들과 놀아줄 시간도 여유도 없으셨지만 그래도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아본 기억이 없는 나는 아직도 운동과 관련되는 것에서는 자신감도 제로 의욕도 제로이다.
요즘처럼 다양한 운동프로그램과 유아체육, 초등체육들을 재밌게 접할 수만 있었다면 나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운동에 흥미를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반대로 내 남편은 시골에서 태어나서 신나게 뛰어놀다보니 가장 좋아하는 것이 체육이요 가장 못하는 것이 음악, 미술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 바이올린을 접하고 살았던 나는 음악이 너무 좋은데…….
남편은 음악에 대한 특히 악기연주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잘 지켜보면 잘하는 것도 보이지만 정말 못하는 것도 보인다.
그럼 막연히 내려놓고 기다리기 전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자극을 주어보는 것은 어떨까?
조그만 자신감이 마음속에서 자라난다면 아이는 또 다른 도전에 두려움이 적어질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적성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지만 환경 속에서 적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의 자녀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는 나의 자녀들의 적성을 개발해주기 위해 얼마만큼 아이를 들여다보고 크고 작은 관심을 보였는가?
그 작은 부모의 노력과 정성이 아이의 성장하는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발걸음을 무겁게 하기도 한다. 부모의 눈은 매의 눈이 되어야하고 부모의 두 귀는 당나귀의 귀가 되어야하고 부모의 머리는 솔로몬 같은 지혜가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부족하다면 또한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한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