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영 Feb 12. 2022

"그 작은 손으로 내 구두를 털어줬는데..."

나의 아버지 2



아빠는 친척들을 만나거나, 지인 친구분들을 만날 때 늘 자랑거리로 하시고 또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아빠와 어디론가 가려고 버스를 탔던 그때, 나는 아마도 매우 어려서 버스 안에서도 아빠 손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까맣게 빤작이던 아빠의 구두에 다른 누군가의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것이었다.

무심결에 나는 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아빠 손만 잡은 채 쭈그리고 앉아, 아빠의 구두를 맨손으로 문질렀다.

아빠는 그 기억이 참 좋은가 보다... 아직도 내내 “그때 보영이가.... 그 작은 손으로 내 구두를 털어줬는데....”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그런 아빠 옆에서 시름을... 아픔을... 고통을.... 지켜보았다.

밤새 소변량을 체크하고, 링거 통을 확인했다. 밤이 밝도록 내가 생각해낸 아빠와의 기억은 이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아빠와의 기억이 없을 리가 없는데.... '    


아빠가 엄마에게 좋은 남편이지 못했고, 나와 언니에게 다정한 아빠이지 못했어도 그래도 어쨌거나 나의 아빠인데... 아빠 옆에는 지금 나 혼자다. 그래서 아빠가 일어나면 어떤 기억이든 몇 개쯤 더 만들어 놔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동시에 위독하고 고독한 아빠에게 내가 기억할게 몇 없어서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리고는" 4층"에 그분은 돌아가신 아내와의 추억이 많으실까.... 를 생각해 보았다.

많은 기억과 추억으로 아름다운 애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도, 동시에 나처럼 기억할게 몇 없어서 떠나보내기 수월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