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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Feb 12. 2022

무척이나 외로웠을 아빠의 "고독"

나의 아버지 3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고독”이라고 말하곤 했다. 


아마도 외로우셨나 보다. 가족과 떨어져, 지구 반대편에서 건설노동자 일을 하면서도 돌아가야 할 곳의 가족이 자신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한 고독한 슬픔도 있지 않았을까?     


아빠는 약자였다. 밖에서는 '늘 굽신거리셨고', '늘 양보하셨'고, '늘 괜찮다', 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화내는 것은 집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엄마 앞에서만 화를 내는,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그 억압으로 걸린 프레스를 자신보다 약자인 엄마와 딸들에게 푸는 나약하고 비겁한 사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빠는 몽상가였다. 아빠의 형, 그러니까 나의 큰아버지는 과학자 비슷한 사람이었는데 물의 힘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어떤 발전기를 평생 연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고 한다.

아빠는 형의 죽음을 애도하듯, 그 기계를 완성하고자 골방에 틀어박히셨다. 그 일로 엄마는 더더욱 아빠를 비난했고, 언니와 나도 그런 아빠를 엄마와 같이 몰아세우기 바빴다.     


세상에 누구 하나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심지어 가족마저도 등져버린 그 삶은 어떠했을까? 그래서 아빠가 가장 힘든 일은 "고독"이라고 말하곤 하였을까?     


나는 아빠 같은 남편을 만났다. 몽상가였고, 폭력적이었다.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을 겪으면서 어쩌면 운명이라는 것이 답습되고,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줄곤 하곤 했다.     




다시 "4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생각해 본다. 그 돌아가신 분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그분은 남겨진 사람을 어떤 기억으로 세기며 세상을 떠났을까??     


죽음과 삶은 어쩌면 '반대말'이 아닌, '동의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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