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명체 모두에게 휴식을 주는 숲에서
주말 오후에 북서울꿈의숲을 거닐었다.
잘 정돈된 산책로와 녹지에는 봄 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나뭇잎은 짙은 초록을 물들이며 싱그러움을 뽐냈고 잔디는 푸르름으로 대지를 뒤덮는 중이었다. 이미 그늘 밑을 차지한 무리들은 돗자리를 펼쳐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혼자서 조용히 음악을 듣기도 했다. 간혹 엎드려서 책을 읽거나 수면을 취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따스한 봄 볕과 녹음이 우거진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화단에 가꾸어 놓은 하얗고 노란 빨간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어 빛깔이 탐스러운데 라일락꽃 향마저 날아드니 마음까지 상쾌해졌다. 연못가의 물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 수면 위로 떨어지니 소리마저 시원하고 상큼하다.
예전엔 ‘드림랜드’란 이름의 놀이동산이었다가 현재 북서울꿈의숲으로 탈바꿈해서 시민에게 개방되었으니 이 얼마나 실질적인 풍요로움의 전환인지!. 아침저녁으로 자유롭게 산책 나올 공간이 있다는 것은 삶의 큰 활력이 아닐 수 없다.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된 녹지와, 풀과 나무로 우겨진 숲이 주거공간과 더불어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힐링이며 여유다. 더구나 숲의 군데군데 건물은 작은 공연장과 미술관의 문화공간으로 꾸며서 보고 쉬며 음식을 먹기에도 좋았다. 숲을 한 바퀴 돌고 잠시 쉴 겸해서 야외데크에 앉았다.
자연히 산책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나온 젊은 부부.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과 장애인.
자그마한 강아지에서부터 덩치 큰 개를 끌고 나온 주민.
강아지 유모차를 끌고 있는 견주 등이 오간다.
홀로 나온 사람 중에는 개를 대동해서 산책하는 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 애견 인구가 급속히 늘었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그 모습이 내겐 좀 다르게 읽혔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강아지를 이끌고 나온 모습에선 왠지 모를 쓸쓸함과 외로움이 풍겼다.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자녀를 출가시키서 이제 주변에 남은 건 그 반려견이 아닐까 하는 그런 쓸쓸한 상상.
남녀에 상관없이 청년들이 개를 이끌고 산책할 때도 어딘가 짠한 느낌이 전해졌다.
1인 독립세대가 반려견과 정을 나누며 서로 의지해서 사는 건 아닌가 하는 나만의 걱정.
강아지 유모차까지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좀 심란해졌다.
반려견을 애지중지 사랑하는 것까지 내가 뭐라 상관할 바 아니지만.....
우리도 반려견과 반려묘를 소중하게 여겨서 정성스럽게 살핀다는 것은 참 성숙한
의식의 발전이며 생활문화의 향상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그런데 나의 의식 한가운데 저 너른 들판을 거닐고 뛰어다녀야 할 것은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환한 웃음소리여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그 장면은 사라지고 다른 씬이 더 자주 등장해서 눈에 띈다는 점이다.
발에 체여서 대접 못 받던 우리 때의 아이들이나
이젠 귀해져서 떠 받들어야 하는 현재의 아이들 모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이라는 사실.
사람은 홀로 외로이 고립되어 있는 것보다
함께 더불어 생활해야 살 맛이 난다는 인식.
앉아서 쉬는 것을 멈추고 다시 걸어서 공원을 빠져나온다.
더 자주 숲을 거닐어야겠다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