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World

당신의 목소리를 입력하세요.

by 바비

저는 동네 작은 미술관 <소다> 10주년 전시회를 기념하여 10편의 글을 완성했습니다.

Hello, World! 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첫 번째 출력 문장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오류 없이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첫 문장이 안녕! 이라니 참 적절하고 다정하면서 가볍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구도심 안녕동에 찜질방을 지으려다 실패한 건물 위에 세워진 소다 미술관. 이 새로운 세상 위에 건축가, 디자이너, 화가들이 다양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 10년 동안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그 10년이 되는 해, 2024년

오늘은 그들의 목소리가 아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보라고 합니다.

미술관에 온 저의 목소리를 입력하면, 미술관 벽에 제 목소리가 글자로 변환되어 전시됩니다.


나는 어떤 말을 전시할지 한참을 서성이다가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벽에는 고르고 고른 고운 문장들이 시처럼 흐릅니다. 예술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가 하면,

아름다움에 대해, 인생에 대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써낸 건 없습니다.

알쏭달쏭한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명확하고 단순한 목소리도 들립니다. 참 다양해서 아름답습니다.


시를 쓰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쩌면 신이 부여한 인간의 가장 신적인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안녕? 이라는 단어를 골라봅니다.


안녕하세요? 소다, 저는 덕분에 무척 안녕합니다. 나의 안녕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끄럽게도, 나의 안녕함은 당신의 희생이 동반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통 속에 있게 된다면 당신이 안녕하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제가 힘들 때, 당신이 웃게 된다면 당신이 그랬듯이 저도 기꺼이 고통을 감당하겠습니다.

모든 고통받는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영원한 안녕함만을 기도하진 않겠습니다.

당신도 나도 안녕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안녕동에서 안녕! 소다


안녕동, 작은 미술관 소다의 10주년을 기념하며 연재를 마칩니다.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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