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2년 차 조직원의 삶

나는 (아직까진) 공무원이다.

by 달림

2022년 3월 14일


2004년 4월 말에 임용된 후 주무관(담당자)으로 불리던 나의 호칭이 18년 만에 바뀌었다.


'이 팀장~', '팀장님~'


남들은 6급 승진을 하고도 무보직으로 몇 년씩 지내기도 하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보직을 받게 된 것이다. 다들 때가 되면 승진을 하고 팀장이 되니까, 공무원은 승진이 최고의 보상이고 팀장이 되면 주무관 시절보다는 편해진다고 하니까 그렇게 물 흐르듯 조직생활을 이어 나가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고등학생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겠네!

25년 인생을 살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던가? 목표는 온리 원! <9급 공무원>


2003년 당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내내 했던 생각이다.


공무원은 내가 원했던 직업이었을까? 아니면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이었을까? 모범적이고 성실하며 말 잘 듣는 아이였던 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올인했었다.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매달 20일에 나오는 월급을 받는 생활에 만족했고, 나와 꽤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소심한 내가 굳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점차 복지도 좋아지고 근무기간이 늘어날수록 저절로 호봉이 오름에 따라 본봉도 오르고 그에 따라붙는 수당까지 오르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이런저런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경험을 통해 일을 배우고 교육도 들으며 역량을 높여나가는 일 또한 보람이 있었다. 책임감이 강한 나의 성향 덕분에 조직에서 맡은 역할도 충실히 잘 해냈고 더불어 좋은 평가를 받는 직원 중 하나였다.


때론 공무원에게 적대적인 민원인들을 상대하며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혼 후엔 눈치 없이 육아휴직도 쓸 수 있었으니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만족스러웠던 조직원의 삶은 딱 팀장이 되기 전까지였다.


왜???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기에? 다들 보직받고 싶어 하는 '팀장'이 되었는데 대체 왜?



20여 년의 공직생활, 좋든 싫든 나의 이야기 대부분은 조직을 빼고 논할 수 없다.


22년 차 조직원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이 시점에서 한번 기록을 해보고 싶어졌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딴생각이 자꾸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물론 간절히 바라고 이루고 싶은 꿈이다.


간절한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있지만 가끔씩 주변의 입김에 이게 회피성인지 의심하곤 한다. 난 내 생각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 걸까? 확인해 보고 싶고, 원함과 가능성 사이의 괴리감을 극복하고 더 단단해지고 싶다.



조직원으로서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고 그 세월을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 왔는지, 글쓰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자.


내 마음속 그림이 지금보다 선명해질까?

우물 밖 거친 세상으로 나설 결심이 더 견고해질까, 아니면 누구 말대로 정신 차리고 조직원 생활에 감사하며 이 삶을 더 영위하고 싶어 질까?


상상의 날개로 마음속 그림을 좇고 있지만, 아직 견고하지 못한 그 날개는 나를 이따금씩 현실로 옮겨다 놓는다. 그 현실은 외면하기 어렵다. 예측 가능한 안정감이 주는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는 한낱 조직원일 뿐이기에.



그러니 이 즈음에서 그녀의 '우물' 안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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