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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팡 Apr 18. 2024

싸움의 재미

따뜻한 봄날의 동물원

멀리서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 울타리를 보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다.

사막여우가 저렇게 인기 많았나?


가까이 가보니 이유를 알았다.

개싸움도 아닌 여우싸움.

싸움구경은 누가 싸우든지 재밌나 보다.


좁은 우리 안에서 뒤엉켜 싸우는 세 마리의 여우들.

잠시 후 한 마리는 사육장 안으로 도망가고,

또 다른 한 마리는 무서운지 지붕 위에 올라가 떨고 있다.

사납게 이빨을 들이대는 여우로부터.


구경꾼들은 걱정스럽다는 말과 함께 재밌다는 표정들이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피 터지는 싸움.

싸움에서 누가 다치 건 별 관심 없어 보인다.

겉으로의 안타까움과 속으로의 흥미로움이 있을 뿐.

울타리가 있어 안전까지 보장되어 있으니.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싸움들을 목격한다.

업무 갈등, 실적 쟁탈, 조직 안 텃새.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 찾았듯이 귀를 쫑긋한다.

혹시 들킬까 봐 무관심한 표정으로 울타리를 치고.


하나님은 어떻게 보실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으실까.

싸움구경을 재밌어하는 우리의 어두운 마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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