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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팡 Sep 16. 2024

이빨과의 싸움

딸 HL의 앞니가 흔들린다.

실을 가지고 딸 앞에 앉았다.

딸은 숨을 크게 들어마신 뒤 입을 벌렸다.


멋지게 실을 이빨에 감아 쑥 뽑았다.

근대 실만 나왔다.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빨.


딸은 울상이 되었다.

기껏 용기 내어 입을 벌렸는데 이빨이 안 뽑혔으니.

따끔한 아픔 한 번만 참으면 되는 줄 알았을 텐데.


딸을 달래고 다시 한번 도전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이빨은 그대로 있고, 딸은 울기 시작했다.


이빨이 너무 아담해 실이 안 걸리고 미끄러진다.

치과 가서 뽑자고 하니 더 크게 운다.

치과 무섭다고.

나 보고 어쩌란 말인가.


하나님께 기도하고 다시 시도한다.

이번에도 안되면 어떡하지.

이제는 나도 떨린다.

울고 있는 딸을 보니 더 긴장되는 나.


결국 와이프의 도움으로 이빨을 쑥 뽑았다.

빠진 이빨을 보고 울음을 그친 딸.

언제 울었냐는 듯이 씨익 웃는다.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린 체.


하나님도 우리가 무서워하면 같이 긴장하실까.

조마조마하실지도 모른다.

우리를 정말 사랑하시니깐.

내가 딸을 진짜 사랑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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