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은 수많은 말들로 가득차 있다.
2박 3일의 달콤했던 군산 여행을 끝내고 영등포역으로 나온 순간, 불신지옥을 외치는 확성기, 온갖 차들의 경적소리, 매장 광고소리, 사람들의 고함치는 소리를 발견하고선 ‘그래, 이게 현실이었지. 다들 악을 쓰며 살아내는 전쟁터.’ 했던 기억이 난다.
토익스피킹을 준비하던 시절 예상 질문들을 여러개 뽑아놓고 영어로 답변을 만들곤했는데 예를 들어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나요? 라는 질문이 있다고 해보자.
‘여행지? 난 여행을 잘 가보지고 않았고 가보고싶은 곳도 없는데…'
내게는 할 말이 없었다. 경험이 없었고, 생각해본적도 없으니 이야기거리가 없었다. 이후로는 하나씩 일상에서 생각해보려고 하고, 뭐든 부딪혀 경험해보려고 했다.
그러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갖게된 것 같다.
#2.
내 일에 대해 설명하고, 생각이 다른 이를 설득하고, 수많은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일. 그걸 계속 하다보니 그 또한 숙련돼 어느정도 말하기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업무 보고 때 말고는 목소리를 잘 듣기 힘든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말수가 정말 적었는데 그 영향인지 윗분들이 그 선배를 굉장히 신뢰하고 좋게 여겼다.
하루는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나랑 있을때는 이렇게 말 잘하면서 사람들 앞에서는 왜 말 안해?ㅋㅋ"
"나는 내 말이 침묵보다 더 가치있는지 모르겠어."
참 겸손한 사람이다.
그런데 세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말을 하지 않고서는 큰일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시간씩 하는 사람.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단 1초도 듣지 않을 이야기이지만 그런 다른 이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어떤 이들은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게 큰 즐거움인가보다.
#3.
나이가 들면서 하고싶은 말이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
초등학생때, 말이 없어 발표를 억지로 시키면 우는 아이들이 있다. 말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남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한다.
대학생 때, 팀과제에서도 발표자 정하기는 일종의 눈치게임이다. 일반적으로 나서서 하고 싶어하는 역할은 아니다.
그 이후로 대충 30대, 어떤가?
너도 나도 말하고 싶어 못견디는 이들이 많다. 왜 그럴까? 위의 내 경우처럼 살면서 쌓인 이야기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닐까? 내가 그동안 공들여 만들어 온 나를 보여주고 내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서, 잘했다고 그게 맞다고 이해받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닐까.
그래서 듣는이를 고려하지 않는, 과도하게 말이 많은 이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많이 외로운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