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완성된 마지막 인사

by 해림

어제 오후 무심코 마신 우롱차 한 잔 때문이었을까. 평소 즐기지 않던 카페인이 몸속을 헤집었는지 새벽 2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몇 시간을 뒤척이다 간신히 다시 잠이 들었을 때,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돌아가신 지 어느덧 석 달. 다른 형제들의 꿈에는 벌써 여러 번 다녀가셨다는데, 어머니가 내 꿈에 모습을 드러내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억의 힘이 약해진 탓에 그간 다녀가신 어머니를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어젯밤의 방문은 망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올 만큼 강렬했다.


가슴 아프게도 우리 형제 중 누구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늘 위태로운 고비를 기적처럼 넘겨오셨기에, 그날도 당연히 버텨주실 줄만 알았다. 하지만 전날부터 떨어진 혈압은 회복될 줄 몰랐고, 다음 날 새벽 어머니는 모든 기력을 내려놓고 스르르 생의 끈을 놓으셨다. 그런데 꿈속에서 나는 그토록 가닿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지막 곁을 지키고 있었다.


"엄마!" 목놓아 여러 번 불렀다.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으셨지만, 눈을 감으시는 그 찰나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셨는지 내 손을 꽉 잡으셨다. 그 손길이 너무나 생생해 소리 지르며 잠에서 깼다. 곁의 남편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내 심장은 터질 듯 요동치고 있었다.


아침 햇살과 함께 더위가 시작되자 꿈의 디테일은 조금씩 휘발되었다. 하지만 단 하나, 내 손을 꽉 움켜쥐던 어머니의 손길만은 불도장처럼 선명하게 남았다.


출근길에 이 꿈을 이리저리 해석해 보았다. 평소 간섭하고 성가시게 하다가 정작 임종도 지키지 못한 딸을 원망하러 오신 걸까? 아니면 몸조심하라는 경고일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설마 딸을 힘들게 하려 먼 길을 오셨을 리 없다.


아마도 그것은 어머니의 마지막 배려였을 것이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마음 한구석이 늘 짓물러 있던 딸을 위해, '섭섭하지 않은 결말'을 직접 선물하러 오신 것이리라.


'네 목소리 다 듣고 있었다. 내가 네 손을 잡았던 걸 잊지 마라.‘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내 회한의 매듭을 풀어주셨다. 현실에서 매듭짓지 못했던 우리 모녀의 마지막 인사는 꿈속에서 비로소 완성되었다. 꿈속에서 내 손을 잡던 어머니의 손에는 아직 따스한 온기와 단단한 힘이 남아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일, 어머니를 모신 절에서 백중기도 초재가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못했는데, 마침 토요일이니 내일은 꼭 가봐야겠다. 깊은 불심은 없으나 법당에 들러 어머니 위패 앞에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엄마, 꿈속에서 내 손 잡아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