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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Sun Oct 30. 2024

운동 자격증을 따지 않는 이유

필자는 운동을 굉장히 좋아한다.

식사처럼 때 되면 하러 나가는 것이 운동이다. 학생 시절, 단체로 하는 테니스, 배구, 농구, 발야구 외에도, 혼자 할 수 있는 줄넘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등은 공부를 마치면 으레 하는 운동이었다.


성인이 되고는, 하고 싶은 운동을 원 없이 배웠다.

헬스를 시작으로, 수영, 에어로빅, 밸리/살사/재즈/힙합댄스, 발레, 한국무용 등을 배웠다. 결국에는 언제 어디서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헬스에 정착하였다. 각을 뜨듯 몸을 빚는 작업에 몰입하자 체지방 수치가 한 자릿수를 돌파하고, 모래주머니를 달아야 무게감을 느낄 지경에 이르렀다. 트레이너는 선수나 강사를 해보길 권했다.


피트니스 대회 비스름한 경연에 나가보았다.

해볼 만한지 맛을 봐야 했기에 참전을 결정했다. 사실, 피트니스보다는 모델 대회에 준한 경연이었다. 대중 앞에서 발표할 때는 떨지 않는데, 몸자랑하는 무대에서는 그다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선수는 체질이 아닌가 싶어 생각을 접었다. 매일 무게를 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다 수술 후 재활 목적으로 필라테스를 배우게 됐다.

필라테스는 단연 최고의 운동이라 말하고 싶다. 몸의 밸런스를 잡아줄 뿐 아니라, 필라테스 동작 10회가 스쿼트 400개와 맞먹는 근력증강 효과를 보인다. 물론 400개 하던 가닥이 있어 근육이 붙기도 하겠지만, 운동량과 질을 비교하면 필라테스는 굉장히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운동이다. 필라테스도 3년 정도 하니 운동이 쉬워졌고, 그즈음 강사 트레이닝을 받으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제야 필자가 왜 운동 자격증을 따지 않으려는 줄 분명해졌다.

필자는 운동하는 시간이 무척 즐겁다. 첫째, 몸은 정직하기 때문에 바르게 운동하면 하는 대로 효과가 나타난다. 둘째,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극복 지점에 다다르면 몰아지경에 이른다. 이 순간 온 시냅스가 몸을 지탱하는 데 집중한다. 셋째, 잡념이 굵은 땀방울을 타고 몸 밖으로 비워지면서, 한층 단단해진 근육은 몸 안에 채워진다. 이렇듯, 운동은 필자에게 너무나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다.


그러나 자격증을 따거나 강사가 되는 순간, 필자는 운동을 운동이 아닌 일로 대할 것이다.  

운동을 가르치는 선생이 된다고 상상하자, 벌써 수강자의 몸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지에 대한 플랜이 펼쳐진다. 식단과 운동 계획표, 동기부여, 재미요소 등등 벌써 일 회로가 팽팽 돌아간다. 이러한 상상만으로도 필자 개인만을 위한 소중한 시공간이 사라진다.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에게는 치열하리만치 자신이 쉴 수 있는 시공간을 가져야 한다.

두뇌를 많이 쓴다면 몸을 사용해서 두뇌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몸을 많이 쓴다면 두뇌를 사용하고 몸은 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필자가 한정된 시간에 좀 더 많은 일들을 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꽤 효과적이다.


얼마 전 사회 초년생이 한 직장에 적응하기 힘들어 그만둔다고 하였다.

주변에 조언해 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격려를 해주었던 젊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제 스스로 버틸 힘이 없었던 것 같다. 그녀는 버티려다가는 몸이 아플 것 같아 일을 그만둔다고 하였다. 필자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한 조언은 운동을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체력을 쌓아가서 몸이 단단해지면 외부 스트레스에 버틸 마음 근육도 덩달아 붙을 것이라 했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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