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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Feb 14. 2024

요리보다 중요한 안전과 위생

13. 동아리 아이들이 1년 동안 잘 지켜나갈 겁니다

얼음 동동 커피를 들고 봉쌤이 들어온다.

“쌤, 교장 선생님 좀 만나자.”

“한 번 보긴 해야 하는데. 교장 선생님 바뀐 건 알고 있지?”

“그전 교장 선생님 좋았는데. 안다니까. 전에 옆 동네 교육장이었잖아.”
 “별 걸 다 알어.”

“물 끓는 소리 들린다. 잠깐만.”      


꺼내 놓은 조리도구를 닦고 있는 아이들을 냉장고 앞으로 불렀다.

“선생님이 가져온 긴 티타월 봤지. 씻은 조리도구는 그걸로 물기를 닦아 테이블에 펼쳐 놓고, 냉장고 청소한다. 알았지.”

“냉장고도 닦아요.” 그렇지! 조용하면 다엔이가 아니지.

“응. 디엔이가 닦을 거야.”     


냉장고 문을 열어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이게 뭐니! 저 검댕은 곰팡이?”라며 내가 얼굴을 찡그렸다.

“더러워”, “더러워”. “우리가 여기다 음료수 넣어 놓고 먹었는데”라며 아이들이 갑자기 웩웩거리며 몸을 흐느적거린다.

“이러다 병 걸리겠어! 위생 상태가 아주 빵점입니다요. 앞으로 우리가 주문할 요리재료들을 넣어야 하는데, 여기에 넣을래?”라고 말하고 된장을 꺼냈다.    

 

“된장은 선생님이 가져온 거예요?”

“아니 전에 왔을 때 보니까 여기 있던데. 너희 언제 고기 구워 먹었었니? 쌈장도 있던데.

“아니요.”

된장을 한번 보고 다시 선생님을 바라봤다. 봉쌤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아님 말고, 따라오시오.”     

거품이 묻은 숟가락을 깨끗이 씻어 티타월에 물기를 닦아 된장 한 숟가락을 가득 떠서 끓는 물에 넣어 풀었다.

“죽순을 삶을 거야. 물을 끓이기 전에 죽순을 넣으면, 재범이처럼 흐물흐물해진다.”하고 재범이를 바라보자 재범이가 흐물흐물 바람 넣은 풍선 인형처럼 몸을 움직인다. 아이들 키득키득 웃고, 재범가 “인제 그만 웃어.”라고 소리치고 두 팔을 쫙 펴더니 탁탁탁 흔들어 아이들을 툭툭 치며 뱅글뱅글 돈다.  

    

“다시 보시오. 된장은 죽순에서 나는 비린내와 떫은맛을 잡아주고, 고소한 맛을 넣어주는 역할을 해. 죽순을 하나씩 넣어 볼래.”

아이들이 아기 다루듯 죽순을 조심조심 끓는 물에 넣고 있다.

“된장을 많이 넣으면 어떻게 되겠어?” 아이들을 둘러봤다.

“된장 맛이 나겠죠.” 재범이 히죽히죽 웃으며 “된장 맛 죽순이야. 우리 된장 죽순 만드는 거야? 크크크”     

“재범아, 소금물에 끓여서 된장에 박아 놓는 것도 있어. 된장을 많이 넣으면 된장 맛 죽순이 되겠지. 그래서 적당히 넣어야 해. 지금 물의 양이면 3L가 조금 넘고... 한 숟가락이 적당해.”

“진짜 있어요?” 래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봐 있다잖아.” 재범은 자기가 맞췄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있다니까. 된장 항아리에 박아 놓은 죽순을 꺼내 물에 담가 짠맛을 빼내고 무쳐 먹고 찌개도 끓이고.”   

중국에선 끓여서 아린 맛을 빼지 않고 그대로 끓인 소금물에 담거나, 소금을 섞어 절이는 중국식 절임법도 설명했다. 대나무가 많은 중국은 죽순 요리법이 아주 다양하다는 설명도 더했다.


“보통은 쌀뜨물에 죽순을 삶아 아린 맛을 없애는데, 우리가 오늘 된장을 넣어 삶는 방법은 절에서 스님에게 배운 거야. 그리고... 기가실에 쌀이 없어.”

난 시무룩한 척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 숙여 가만히 죽순이 끓고 있는 냄비를 바라고 있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선생님 쌀부터 살까요?”라고 물어본다.     

래도가 "제가 다음에 조금 가져올게요. 저희 집 저장고에 쌀 많아요."라며 흥분된 목소리를 띄운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다음 수업에는 쌀도 사야지. 자자 청소 마무리하고 다시 모이자.”


기물을 모두 씻고 테이블에 깔아 놓고 물기를 닦는데 윤 선생님이 들어온다.

“죄송해요. 아이들 방과 후 학습이 이제 끝났어요. 이건 무슨 냄새예요?”라며 킁킁거리며 밝은 미소를 띠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선생님 우리가 죽순 땄어요. 그리고 끓이는 중이에요.”

“쌀이 없어서 된장으로 끓이고 있어요.”

"선생님, 쌀 사야 해요."

“칼로 잘랐어요.”

“우리가 껍질도 까서 씻었어요.”

종알대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어. 잘했어.”라고 말하는 윤 선생님도 아이들을 참 좋아한다.


그나저나 나의 대변인이 6명이나 생겼네.     


“얼른 닦아야지. 냉장고 청소도 한다며.”라고 소리치는 봉쌤이 혼자서 티타월로 숟가락을 하나하나 닦고 있다.

9명이 닦고 씻고를 멈추지 않고 하다 보니 냉장고 청소까지 마치고 모두 의자에 털썩 앉았다.


죽순도 탱글탱글 잘 삶아졌고 남은 아린 맛을 빼기 위해 찬물에 담갔다.

“이렇게 찬물에 담가서 두어야 해. 좀 오랫동안 담가둬야 해서 선생님이 가져갔다가 다음 주에 다시 가져올 거야. 알았지?”

“네.”

점점 커지는 아이들의 대답 소리가 나에게 기운을 주는 것 같다. 열심히 가르쳐 달라고.     


“윤 선생님 제가 부탁한 유성팬하고 3절지 가져오셨어요?”

윤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성팬과 3절지를 테이블에 놓아준다.

“얘들아, 우리가 요리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하게 배우고 지켜야 하는 일이 있어. 바로 안전 수칙이야.”

이건 또 뭔 소리라는 아이들의 표정에 잠시 정적이 흐르고.


“예를 들면 무거운 죽순 자루를 들어야 해 어떻게 해야 할까?”

“질질 끌고 가면 안 되는 거죠?”라며 그리가 우물거린다.

“구루마? 그 녹색, 물건 고 다니는 거 뭐지? 학교에 있잖아.” 래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선생님들을 쳐다본다.

“카트? 대차?”

“맞아요. 그거. 거기에 싣고 온다.”

“맞아. 하지만 카트가 없으면, 동아리 동료와 둘이서 무게 중심을 잡고 잘 들어서 옮겨야 해.”


“뜨거운 냄비를 들고 움직일 때는?”

“앞에 있는 사람을 피해서 간다.”라고 양준이가 자신 있게 얘기한다.

“앞사람을 피해 가는데 갑자기 움직일 수도 있으니 ‘뜨거운 냄비 지나갑니다.’라고 말해주는 거야.”


“바닥에 물기가 많을 때는?”

나범이가 말하려는 걸 제지시키고 아이들을 쭈우욱 둘러보다 디엔이를 지목했다.

“걸레로 닦아요?”

“그래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으니 마른걸레로 닦아줘야지. 우리가 칼도 쓰고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나 프라이팬을 올려 뜨거운 음식도 만들고 해야 하니까. 안전 수칙이 필요하겠지.”     


아이들이 모여 앉아 3절지에 요리동아리가 지켜야 하는 안전 수칙을 종이에 적어 칠판 옆 보드에 써 붙였다.


1. 칼은 제자리에

2. 칼과 뜨거운 걸 들고 걸어갈 때는 “조심해”라고 외친다.

3. 뜨거운 물체는 맨손으로 절대 잡지 않는다.

4. 무거운 물건은 서로 도와 같이 들어준다.

5. 쏟은 물은 즉시 닦아낸다. 미끄러질 수 있음

6. 절대 뛰지 않는다.

7. 가스 확인은 철저히 한다.

8. 조리도구는 제자리에 보관한다.

9. 위생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10. 잡담 금지!

11. 허가된 것만 먹는다.


“얘들아, 꼭 지켜야 한다. 우리 안전하게 잘 지내 보내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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