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설계는 계속된다

후회와 원망을 넘어 나만의 길을 걷다

by 루니
훌륭한 책에도 지루한 부분이 있듯이 위대한 삶에도 재미없는 때가 있다.
-버트런트 러셀

'나'의 과거는 오랜 기다림 끝에 꿈을 이뤘지만, 결국 그 다음 목표를 잃어버림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한때는 일을 더 잘하고 가치 있는 '린치핀(Linchpin)'이 되면, 사회에서 '나'를 더 가치 있는 곳으로 올려줄 거라 믿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중간한 태도를 가진 도망자였죠.

처음에는 예전처럼 회사에 몰입되어 있지 않아서 제가 추락한 거라고 믿었습니다. 여행도 게임 세상으로 갈 만큼 게임에 몰입하고, 제 삶이 게임으로 흘러가던 시기에 '나'는 제 삶이 제가 설계한 그대로 나아간다고 착각했으니까요.

그래서 '결혼을 안 했다면, 아이를 안 낳았다면…' 아이와 가정을 위해 고민할 일도, 죄책감을 가질 일도 없이 일만 하며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회사를 자주 옮기지 않았을 테고 더 행복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제 선택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린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저를 더 괴롭게만 만든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싶어 시작한 새벽 독서 토론.

그때 읽었던 책,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덕분에 제가 지금 잘못된 원망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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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아픔이 비춘 나의 그림자

나의 원망 때문인 것인지…… 아이는 저의 화를 모두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며 미안해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 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기준에 조금이라도 부합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학대하고 욕을 하며 폭력적으로 변했고, 이를 지켜보고 케어하기엔 '나' 자신도 너무나 미숙한 상태였으니까요.

그래서 아이의 증세가 심해지면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 옆에 있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취업하는 일상을 자주 보냈습니다.

누군가가 저의 역할을 대신해 주면 좋겠지만,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남편은 방치에 가까운 육아를 하면서 아이의 상태를 악화시켰습니다.

자유로운 '나'의 불완전함을 채워줄 거라 믿었던 '남편'과의 간격은 육아에 그대로 드러나 아이의 상태를 나날이 나빠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원망했고, 결혼을 후회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쉬면서 1년 가까이 아이와 함께하자, 아이는 더 이상 자신을 학대하지 않고, 저의 '화'를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이 저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많은 돈을 벌어온 제 수입을 아쉬워하는 남편은 한 번씩 저에게 한심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가장 많이 벌어야 할 시기에 쉬고 있다고요.


불확실한 현재, 그리고 설계의 의미

아직 강사 수입은 일정치 않습니다.

8월에 지인과 창업하는 것이 사실로 진행될지 여부도 아직은 모릅니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응원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힘이 듭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면 회사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일에 매몰되어 가족과 저 자신을 원망하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 '나'를 알고, 새로운 '나'의 길을 다시 설계하는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패에 대한 좌절 대신 다음 단계를 위한 '피드백'이라 생각하고, 작은 성공을 '데이터'처럼 쌓으면서 만든 이 '설계'를 통해 과거의 '나'보다 더 멋진 미래의 '나'를 만나게 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매일 밤. 오늘 계획한 일이 다 되지 않은 To-Do List를 보며 실패의 줄을 긋고, 과거의 실패도 돌아보다 보니 한 가지는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실패를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그저 실패를 '리셋'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것을요. 실패를 통해 배운 것보다 아직은 실패를 보고 속상한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직 나는 실패를 제대로 돌아볼 만큼 성숙하지 않습니다. 여전시 미숙하고 나약하죠.

그래서 저의 현재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나아진 것이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고자 합니다.

언젠가 미래의 '나'가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며, 내가 버린 과거의 잔재들 덕분에 새로운 미래의 길을 만들 수 있었다고… 그렇게 회상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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