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상사꽃 07화

수레국화 (아빠의 사랑)
수레국화

by 강희선

수레국화



아빠의 수레를 타고 가다

그대의 화단을 보았어요
이젠 아빠의 수레에서 내려
그대의 화단으로 들어가렵니다

지금은 야윈 몸뚱이로 가냘파도
당신이 뿌려준 자양분으로
토실토실 살 찌운
꽃망울로 맺히렵니다

청초한 모습으로
아침이슬 사려 물고
긴 밤 키운 그리움을
방울방울 머금고
그대 가슴에 고인 눈물이고 싶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눈에 밟히지 못하면
더 가까이 더 가까이
그대의 꽃병에 꽂히렵니다

몸속의 향기
실실이 풀어 풀어
그대 코끝을 간지럽히는
꽃향기로 행복을 피워 올리는
한송이 수레국화이고 싶습니다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세상 모든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려고 하는 아빠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서슴지 않고 떠나는 딸애를 서운해도 다른 남자에게 딸의 손을 넘겨주는 아빠의 아픈 마음을 사랑에 눈먼 딸들에겐 보이지 않아요. 어느 날 문뜩 등이 굽은 아빠를 보며 시큰해지는 콧 등, 아빠의 목마를 타고 자랐던 유년시절의 그 크고 멋지던 아빠는 사라지고 이제 쇄약 해진 아빠의 모습이 가슴을 치고 들어옵니다. 아빠의 든든했던 수레에서 서슴지 않고 내려와서 그대의 자가용에 올라타고 들어선 천국에도 따뜻한 햇살만 가득한 것이 아니고 가끔은 비바람이 부는 하우스라는 걸 살면서 알게 되고, 늘 든든할 것 같은 그대의 가슴도 세월의 바람에 숭숭 구멍이 뚫려 있으니 그 마음 가려주려다 버거운 날이면 가끔은 햇빛 찬란한 하늘 아래 풍요로운 가을 향기 뜸뿍 싣고 흔들리며 달리던 아빠의 수레가 그립습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지금의 그대에게 나는 한 송이 따뜻한 수레국화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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