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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케이 Feb 05. 2024

미국 대학 새내기라면 동아리에 들자

모르고 어색하고 유치해도 다 용서되는 1학년

대학 생활의 스타트, 일락(ILLAK)

다른 학교들 추가합격 소식을 기다리던 때까지만 해도 나는 쭉 스트레스성 탈모를 앓았는데, 7~8월 사이에 UCSD 가는 게 확정이 되고 나자 차라리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어떡하겠어, 이미 결정 난 일이고 내가 그 많은 학교에서 정확히 왜 떨어졌는지는 평생 모를 텐데.'

그렇다. 지금까지도 내가 생각하는 나의 큰 장점 중 한 가지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너무 오래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순간부터는 어느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꼴이 돼 버리고 만다는 생각이 강해서, '이미 벌어진 일',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남지 않은 일'에 한해서는 최대한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UCSD에 가는 게 마냥 실망스럽기보다 설레고 좋을 만한 이유를 새롭게 찾던 도중 발견한 것은 UCSD와 Emory 대학교가 함께 일락을 주최한다는 소식이었다. 일락이란 한국으로 따지면 주로 여러 학교가 모여 하는 연합 일일 호프, 또는 조금 이른 개강 파티다. 이 경우에는 대충 두 학교가 강남의 한 술집을 빌려 새내기와 재학생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 같았다.

1학년 룸메 삼인방끼리 맨날 드나들던 학교 마켓

다행히 고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같이 가게 된 친한 친구가 있어서 둘이 강남역 12번 출구에서 만나 술집까지 걸어가는데, 그제야 갑자기 모든 게 실감 나면서 떨리기 시작했다. 막상 술집에 들어가고부터는 정신없이 사람들과 인사하고 맥주잔을 기울이거나 안주를 집어 먹느라 큰 재미를 느낄 틈도 없었지만, 돌이켜보니 그때 고등학교 친구와 셋이 마음이 맞아 룸메이트 하자는 약속을 맺은 동기는 훗날 서로를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고, 곧 입대할 예정이라며 내 앞에 울상으로 앉아있던 선배는 전역, 졸업을 거쳐 취업한 후에도 서로 간간이 안부 물으며 응원하는 좋은 오빠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이, 내가 즐겨 본 영화가,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가 입을 모아 청춘의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칭송하는 대학교 시절에 무사 입성했다.


동아리 면접에 30분 늦은 애

힘들었던 입시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일락 이후에 UCSD 신입생만을 위해 마련된 신입생 환영회에도 간 나는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동아리까지 바로 발견해 버리고 만다. 그때 활동 중이었던 선배들이 회심을 다 해 만들고 발표한 홍보영상이 치트 키였다. 당시 유행하던 광고 시리즈를 따라 했는데, 촬영이랑 편집을 너무 퀄리티 있게 잘한 데다 유머코드가 나랑 잘 맞았다. 게다가 한인 문과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취업에 도움 되는 게 주목적이라니, 온통 이과뿐인 UCSD에 대뜬금포 사회학과로 입학한 나에게는 한 줄기 빛 같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신입 운영진 자리에 지원하고 면접 날짜와 시간까지 받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30분 늦었다. 늦잠을 잤고, 급하게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뛰어갔는데 겨우 지도 켜서 찾은 장소가 알고 보니 변경 전 장소였고…. 그렇게 엎친 데에 뭐가 여러 번 덮쳐서 30분 늦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모자 푹 눌러쓰고 들어오는 지각생이 좋게 보일 리 있나. 묻는 말에 답이야 열심히 했지만 '이건 보나 마나 무조건 떨어졌다.' 생각했는데,

붙었다.

심지어 처음 간 전체미팅 자리에서는 장기 자랑으로 무반주에 노래 1절 부르고 잘했다고 머그잔까지 받았다.

한참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야 “그때 나 왜 붙였냐”라고 물었더니 언니 오빠들이 웃으면서 말했다.

"야, 그때 너 떨어뜨릴까 말까 진짜 말 많았는데 대답을 너무 야무지게 하길래 일 하나는 잘하겠다 싶어서 뽑았거든? 근데 붙여놓고 보니까 제일 열심히 나오는 대신에 제일 까불어. 우리 사기당했어~"

말은 그렇게 하고 또 챙겨주기만 한 사람들.

엠티 갈 때는 본인들이 운전하고 무거운 짐 나르고,

학교에서 모금 활동의 일환으로 한인 마트에서 재료 받아다가 컵밥 만들어 팔 때는 본인들이 고기 다 굽고,

술자리에서 부어라 마셔라 강요하는 말 한마디 없이 취한 것 같으면 오히려 "집에 가자~" 하고 일으켜 세운 사람들. 그 사람들이 베푼 다정으로 나의 1학년은 내내 너무나 새내기답게, 부족한 상태 그대로도 티 없이 밝고 따뜻했다.

학년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단체 사진 찍던 날까지도 이어진 우쭈쭈
기타 꿀팁
- 구글이나 SNS에서 특정 학교의 한인 동아리 또는 학생회를 찾으려고 할 때 쓸 만한 검색 키워드:
- ”(학교 이름)“ + ”학생회“ 또는 대학원생 학생회“
- ”(학교 이름)“ + ”KSA” 또는 “KGSA”
- 웹사이트 또는 SNS 계정을 찾았다면 연락해서 신/편입생 단톡방이 있는지 물어볼 것. 주로 본문에 언급한 신입생 환영회, 일락 같은 중요한 소식뿐만 아니라 채용설명회부터 중고물건 판매까지 다양하게 도움 될 수 있는 얘기가 올라오는 곳이기에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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