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돌아오는구나. 특히 내가 힘들 때.
이번에 내 아빠, 그러니까 너네 할아버지가 쓰러지시는 걸 겪으면서
아, 가족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을 많이 했어.
오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희생했지, 받았다는 생각을 잘 못했어.
내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여기 이 가족에서는 내가 더 했다고 생각했어.
남편한테도, 너네 키우면서도. 뭘 크게 받았다는 생각은 안 했었어.
그런데 이번에 할아버지 쓰러지시고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는데 너네 아빠한테 굉장히 많이 고맙더라. 이래서 사람은 혼자 살지 않고 가족을 이루는구나 싶었어.
짝을 이루고 가족을 만들고. 그렇게 사나 보다고.
오늘도 할아버지 뵈러 요양병원에 갔잖아.
나 혼자 갔었으면 무너졌을 거 같아.
근데 병원 밖에 나오는데, 그 앞에서 기다리는 너랑 루디를 보고 정신이 확 들더라고.
헛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주위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게 참 힘든 일이야.
엄마는 동생도 보내봤잖아.
근데 그땐 그냥, 나 혼자 감내해야 하는 거였어.
우리 엄마 아빠가 다 처리를 했지.
그런데 이번엔 나도 어른이 되어버려서.
할아버지 쓰러지시니까 할머니도 챙겨야 되고, 어른 구실을 해야 하는 거야.
참으로 막막했어.
배는 앞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이 배를 모는 키를 잡아야 하잖아.
키를 잡고 망망대해를 헤쳐나가야 하는데 나도 처음이고.
그런데 그럴 때 내 엄마 내 동생들보다 내 남편과 내 자식들이 더 큰 힘이 되더라고.
나는 받은 것 없이 희생만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다 돌아오는구나.
특히 내가 너무너무 힘들 때.
가족은 그런거구나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