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웃음에게

너도 알아?

by HAN

그동안 잘 지냈어? 너무 오랜만이지?

내가 전에 널 엄청 좋아했었는데.

아~ 나 뚱뚱한 공룡.

이름을 바꿨거든.

HAN은 high and noble,

내가 좋아하는 단어, 존귀를 생각하며 만든 이름이야.

이제 씩씩해지기로 하면서,

실제 모습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바꿨다 할까?

너무 오랜만이어서 내가 씩씩해지기로 한 거 모르겠구나.

아빠가 많이 편찮으셔.

몇 개월 만에 콧줄로 식사를 하실 만큼 안 좋으셔.

그동안 마음이 아파 많이 울었는데,

이제 너무 마음 아픈 상황이 될까 봐 미리 겁먹지 않고,

울지 않기로 했거든.


그런데 그게 잘 안돼.

너도 알아? 마음이 아픈 게 어떤 건지?


며칠 전부터 가슴 있는 데가 무겁게 눌리는 거야.

아픈 거 같기도 하고 저린 거 같기도 하고.

전에도 그랬지만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거든.

며칠 전 사진으로 본 아빠모습 때문에 더 그랬을 거야.

병이 아빠 머리채를 잡고 행패를 부렸는지

앞머리가 많이 빠지셨더라고.

항암치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역류성 식도염이나 협심증의 병명을 생각하며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토요일에 비가 왔어.

빗방울이 바람에 흩날리며 내 뺨을 스치는 순간

울지 않으면 숨이 안 쉬어질 거 같더라고.

그 빗방울이 아빠의 눈물이고 웃음인 거처럼.


오래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아빠와 내가 손으로 기호를 표시하면서

너와 함께 했던 그 순간 때문일까?

그 와중에 오랫동안 잊고 있던 네가 생각났어.

난 짙은 눈화장을 해서 검은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우는 아이,

넌 그런 날 보며 환한 미소로 괜찮다고 날 안아주는 사랑.

난 눈화장을 하지 않지만 그 순간 내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고

집에 와서 더 서럽게 우는 아이처럼 네 품이어서 더 울었던 거 같아.

많이 많이 고마워.


웃긴 얘기 해줄까?

엉엉 울면서 오는데 나무에 녹색곰팡이가 올라와서

나무들이 다 녹차색인 거야.

내가 녹차라테 좋아하고 녹차색 좋아하는 거 알지?

녹차색으로 변신한 나무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우리가 널 많이 사랑해. 우리가 있으니까 이제 울지 말자."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울면서 사진을 찍었어.

다시 보니까 곰팡이가 징그럽더라고.

그래서 그 사진은 지웠어.

웃기지?


네가 있어서 너무 좋아.

난 다른 사람에게도 널 많이 소개해주고 싶어.

사진처럼 정갈한 다과를 누군가에게 대접하면서

널 만나게 해 주는 게 내 꿈이야.

널 자주 보게 될 거야.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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