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말에게

그래도 우리 잘 만났지?

by HAN

아빠는 소띠, 엄마는 말띠다. 두 분의 삶을 돌아보면 아빠는 소를 닮았고, 엄마는 말을 닮았다. 아빠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셨고, 아빠가 주로 계셨던 곳은 가게다. 엄마는 가게 일을 도우며 집안일을 하셨고, 아빠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딸들 저녁 도시락을 학교에 갖다주셨다. 따뜻한 밥 먹으라고.


내 생각에 소와 말은 잘 안 맞는 거 같다. 큰 소리가 난 건 아니지만 두 분은 사소한 일로 평생을 티격태격하셨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다. 소와 말은 친한가요?

"둘은 사람에게 유용한 동물이지만 소는 12 간지 중 두 번째로 겨울에 해당하고, 말은 일곱 번째로 여름에 해당하여 서로 궁합이 맞지 않아 누가 보아도 극과 극의 관계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랬나?^^ 물론 그걸 믿는 건 아니다.


지난 시절, 두 분의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빠는 이런 마음이실지도 모르겠다.




소가 말에게


소와 말은 달라도 너무 다른데

어린아이들은 헛갈리기도 하나 봐.

소는 '손'을 생각하면 되고

말은 ~하지마의 '마'를 생각하면 되는데.

소는 손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움직이고

말은 그냥 과감히 박차고 나가니까.


너랑 나랑도 그렇지 않나?

난 네 손에 의탁해야 하고

넌 평생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해왔으니까.

나쁜 의미는 아니야.

뭐... 한때는 왜 저럴까 생각하기도 했어.

이젠 잘 알지. 네 마음.


너의 열정이,

너의 민감함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네가

부러웠나 봐.

어쩌면 그래서

심통을 부렸는지도 몰라.


생각해 보면

삶의 두려움은

네가 다 안고 있었는데

난 내가 모든 걸 이뤘는 줄 알았어.

그래도 알지?

내가 최선을 다해 내 자리를 지킨 거.




만남. 좋은 만남과 나쁜 만남은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좋은 감정이나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정원의 꽃을 가꾸듯 가꾸어야만 한다. 제일 중요한 만남인 부부간의 만남도 좋은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훗날 알게 된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내가 글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좋은 만남은, 도스토예프스키와 안나의 만남이다.

내게,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죄와 벌'이 아니라 '행운'이다. 어떻게 안나 스니트키나 같은 사람을 만났을까? 그야말로 "너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대사에 딱 맞는 사람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도박을 끊게 하고 빚을 청산하게 한 현명한 아내이자, 그가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도운 속기사 안나. 사람들은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만든 것은 아내인 안나였다고 말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내를 만나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그는 행운아다.


반대로 "안 만났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제일 안타까운 건 아인슈타인과 밀레바의 만남이다. 밀레바는 퀴리부인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과학적인 재능이 뛰어나 선진국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같은 분야의 과학자와 결혼했고, 남편이 모두 노벨상을 수상했다.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퀴리부인은 남편의 도움으로 연구를 계속하며 공동노벨상까지 수상하지만, 밀레바는 아인슈타인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학업이 중단된다. 아인슈타인이 유명해질수록 부부관계는 악화됐고 이혼한다. 아인슈타인의 사생활은 방탕했고, 아인슈타인이 밀레바에게 요구한 결혼계약서를 보면 욕이 나온다.


아빠와 엄마는 좋은 만남이었을까? 엄마나 아빠가 내게 묻는다면, 난 당연히 좋은 만남이라고 말할 거다. 그 만남 덕에 다섯 딸들이 있으니까. 난 우리 자매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한 사람의 여자, 한 사람의 남자의 삶에 대해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신 아빠에게 누가 제일 보고 싶냐고 물으면 엄마 이름을 말씀하시고, 얼마만큼 보고 싶냐고 물으면 하늘만큼 땅만큼이라고 말씀하신다. 엄마도 아빠를 걱정하시고 엄마가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 아파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남이 만나 오랜 시간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각자 팔 하나 이상은 잘라낸 고통을 감수했을 거 같다. 그 인내의 결과를 우리 부모님은 지금 누리시는 거다.


난 우리 부모님이 평범한 부부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부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폭행과 불륜 등은 상대가 내게 들이민 칼날이다. 당연히 나를 보호해야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의 인내를 말하는 거다.


부부관계가 아니더라도 만남은 많다.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지며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는 만남들, 우리의 만남들이 먼 훗날 돌아봤을 때 좋은 만남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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