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사랑

웃으며 널 보낸다

by HAN

네가 앞에 가고

내가 따라간다

그저 한 뼘인

너와 나의 거리


울며불며 소리치고

몸부림쳤으면 좋았을 텐데

한 번도 그러지 못한

너를 닮아서


널 태우는 날

난 오늘도 그저

평범한 하루인 듯

그렇게 시작한다


날 아냐는 물음에

모른다고 시치미 떼며

장난스러운 미소로 웃던

넌 여전하다


넌 태워지고

가루가 되러 가는 거라고

그거 아냐는 물음에조차

장난스러운 미소로 웃는다


그리고 건넨

한마디

그거 나 아니야

그저 껍질일 뿐야


코에 잔뜩 주름 만들며 웃었던

언젠가처럼

장난스레 웃는 널 보며

나도 웃는다




지난 토요일 새벽 아빠가 돌아가셨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일주일, 언니와 난 매일 아빠가 계신 요양 병원에 들렀다. 요양병원은 안 밀려도 차로 40분 거리다. 이 거리를 마다치 않고 위급한 순간마다 목사님께서 와주셨다. 신기하게도 아빠는 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목사님의 말씀에 반응하셨다. 금요일 밤에도 목사님께서 와 주셨고 예배 후 우리 대신 엄마를 모시고 가셨다. 우린 남아서 아빠의 손을 한 손씩 잡고 아빠와 호흡을 함께 했다. 그 사이 셋째가 왔고, 토요일 새벽 2시쯤 아빠는 딸 셋의 배웅을 받으며 평안한 모습으로 하나님 품에 안기셨다. 병원분들은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복 받으신 분이라고.


70여 개의 화환과 근조기, 아빠의 신구약 성경 필사 노트, 서로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 등 아빠의 장례식은 감동적이었다. 평소 아들이 없어서 장례식장이 썰렁할까 봐 걱정하셨던 엄마의 예상과 달리, 좋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나누며 기쁨으로 치러졌다.


처음 아빠가 편찮으시기 시작할 때 '난 너에게 사랑이고 싶다'라고 썼었다.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내 품에서 잘 보내드리고 싶다고 썼었다. 아빠 삶의 마지막 부분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로웠던 그 외로움을 채우는 시기이길 기도했고, 아빠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우리를 향한 사랑을 많은 사람이 보게 되기를 기도했다. 난 나의 모든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난 아빠의 치료비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내가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을 때 우리 넷째는 이를 악물고 울지 않았다. 동생은 치료비 마련에 최선을 다했고 그 덕분에 아빠는 가족 같은 여사님의 간병을 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아빠 살아계시는 동안 동생의 눈물은 내가 대신 채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동생은 그동안 울지 못했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난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울지 않는다. 임종의 순간조차 울지 않았다. 일부러 울지 않는 게 아니라 아빠를 잘 보내드려서 감사할 따름이다.


윗글은 화장터로 향하는 차에서 쓴 글이다. 내 사랑은 웃으며 내게 말했다. 태우는 거 나 아니라고. 껍데기일 뿐이라고.


아빠는 나에게 두 가지를 남기셨다. 성경 필사 노트와 가훈. 아래 글은 아빠가 직접 쓰신 가훈이다.



언젠가 이 땅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이 온다면 난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말을 남기고 싶다.

꽃잎을


펴라

꼭 펴라

죽을힘을 다해 펴라


예쁘지 않아도

향기롭지 않아도

쓸데가 없어도


넌 꽃이니까


신이 창조한 존귀한 너는 최선을 다해 그냥 너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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