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순 구 10화

저예요, 아버지 2

by 리얼라이어

저예요, 아버지!

이미 엄마는 보셨을 아버지가 쓴 결혼기념일 편지, 그리고 일기 속 엄마의 관한 얘기는 제가 아들의 입장이 아닌 한 남자로서 아버지를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아버지로서도 훌륭하셨지만 남편으로서, 부부로서 아내를 향한 마음이 따뜻한 봄날의 햇살과도 같았으니 엄마의 삶에 남편의 사랑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소중한 추억일 것입니다. 어디 그뿐이던가요? 자식들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에게 잉꼬부부로 소문난 두 분이신걸요.


잔치가 있으면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고 두 분이 서로를 마주 보며 불렀던 ‘갈대의 순정’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흥을 돋우는 것은 물론 1절이 끝나면 뽀뽀 장면까지 연출하자 주변 사람 모두가 한참 동안 크게 즐거워한 모습에 저 또한 얼마나 웃었던지요. ‘사랑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이라는 가사가 더욱 귀에 잘 들어오는 것은 어쩌면 ‘엄마에 약한 것이 아버지 마음’ 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이제는 잔치에 가서도 엄마는 마이크를 쉬이 들지 않으세요.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서 노래 부를 엄두를 못 내세요. 그래서 제가 차라리 춤을 추시라고 했더니 아버지도 안 계신데 뭣하려 하냐 하십니다. 역시 엄마의 가무는 모두 아버지를 위한 것이었네요.


엄마가 받은 연예인 싸인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어저께 집사람한테 1박 2일 팀이 강산의 향기에서 촬영을 하여 바쁘기 때문에 집에 오지 않았다. 게으르기도 하지만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었기에 뒹그적 거리는 찰나에 전화가 아내로부터 왔다. 1박 2일 김종민 어떻고 밤새도록 바빴노라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굶고 있는데… 그냥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하루 종일 바깥을 나가지 않았다. 훈훈한 날씨인가 보다. _ 2016년 1월 30일 토 맑음


그런데 이런 엄마도 유명 연예인이라면 십 대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나 봅니다. 그런데 아시잖아요. 누구라도 엄마와 말을 하기 시작하면 금세 엄마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을요. 그런데 엄마한테 어깃장을 놓으셨으니 아버지 마음도 편치 않으셔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셨나 봅니다. 이걸 보면 제가 아버지를 쏙 빼닮았네요. 아내한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서 본전도 찾지 못하는…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본인의 61회 환갑. 자식들과 미리 챙겨서 잔치는 했지만 둘만의 아침 식탁이 뭔가 허전함을.. 편지와 함께 얼마 안 되는 적은 액수를 넣어 마누라에게 선물했는데 아내의 반응이 영 아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섭섭하였다. _ 2016년 8월 27일 토 맑음


아, 이 일은 아버지 꽤나 섭섭하셨겠는걸요?! 이건 아니죠, 아버지! 엄마께서 잘못하셨네. 분명 신권으로 바꿔서 드렸을 것이고, 적은 액수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두둑하게 봉투에 넣으셨을 건데 말이죠. 이건 제가 나중에 엄마한테 꼭 아버지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아, 아니라고요. 엄마께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셨다고요? 혹시, 본전도 찾지 못할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신 거예요?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여보! 힘 많이 들었지?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당신이 그렇게 좋은 몸을 가꾸게 되었네. 정말 정말 축하하고. 일을 벌였다 하면 결국 성공을 하고 마는 당신의 도전 정신에 무한한 박수를 보냅니다. 여보! 그 야무진 마음 변치 말고 어떻게 조절한 몸인데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우리 여보 정말 장합니다. 대단한 당신 사랑해요. _ 2015년 4월 30일 토 흐림


네, 아버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아버지는 일상 속에서 변함없이 엄마를 기쁘게 해 주고 응원해주고 계셨던 것은 잘 알고 있어요. 본가 주방에 붙어 있는 메모만 봐도 알 수 있죠. 하나 같이 아버지 손을 탄 메모. 모두 엄마를 아끼는 아버지 마음이란 것은 손녀도 다 알고 있답니다. 할아버지 못 말리겠대요.


아버지!

엄마는 잘 지내고 계십니다. 요즘도 바쁘게 지내세요. 오늘 아침에 연락을 드리니 점심, 저녁 약속이 다 있다면서 내일은 산에 가신다고 하시네요. 오랜만에 산행이라 조금 걱정된다고 하는데 저 먼 타국의 유명산도 거뜬히 등반한 전력이 있으니 무리만 하지 않으신다면 등산 후, 모임에서 술 한잔 기울이실 것 같아요. 내일은 바쁘시더라도 시간을 내셔서 엄마와 함께 부부동반 등산에 참석해주세요. 그리고 술 한잔 같이 기울여주세요. 아시죠? 엄마는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계신 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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