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순 구 08화

남편인 나는 이래도 되는 걸까?

by 리얼라이어

내 외향적인 성향은 엄마를 닮았다. 엄마를 닮았지만 나는 엄마를 따라갈 수 없다. 주변에서 엄마를 혼자 있게 놔두는 법이 없다. 다시 말해서 아버지와 함께 지낼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일을 도모한다. 엄마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던, 신세를 갚아야 하는 일이던, 정기적으로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같이 하기로 한 날에도 엄마의 미안한 음성을 더러 듣기도 한다. 그리고 이후 식사자리에서는 엄마의 무용담이 이어진다. 식구들 모두 엄마의 이야기에 웃느라 정신없다. 그런 아내의 이야기에 코웃음 치는 아버지지만 눈빛을 보면 이미 아버지는 아내의 멋진 모습이 그저 예뻐 보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아버지한테는 그런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내인데 가끔씩 일로 힘들어하거나 아픈 아내를 지켜보기란 적잖이 속이 상하고 안쓰러움에 가슴 아파했을 거라 생각한다. 아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만두라고 말도 하지 못하니 말이다.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마누라가 연이틀 출근하여 피로가 겹치지 않을까? 저으기 걱정이다. 악착같은 마누라. 정말 귀여운 억척이다. 여보 쉬었다 하시구려. 사랑스러운 나의 여보. 사랑해요. 하늘땅 만 큼. 세월이 갈수록 부인이 사랑스러움 그 자체이다. _ 2016년 6월 16일 목 맑음
오후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 8시에 손님이 오기 때문에 어쩌면 그곳에서 잘 수도 있다고. 힘들고 지쳤다는 아내의 말에 속이 매우 상한다. 쉬엄쉬엄 해야 할 터인데. _ 2016년 6월 18일 토 맑음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아내가 굉장히 힘들었는가 보다. 머리를 감싸고 끙끙 앓는 아내의 모습에 기분이 언짢음을 느낀다. 빨리 감기가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아내의 귓불을 만져본다. _ 2017년 2월 6일 월 맑음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힘이 쭉 빠진 아내가 힘 없이 돌아왔다. 오후 4시에 응급실에 실려 갔단다. 남편이 아무것도 몰랐으니 속이 상하다. _ 2017년 4월 30일 일 맑음
집 사람이 아파서 하루 종일 우울했다. 얼굴이 퉁퉁 부었을 뿐만 아니라 머리가 아파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마음이 아픔을 느낀다. 강대 병원으로 해서 한림대 병원까지 분주히 오가는 하루였다. 빨리 나아서 아내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_ 2017년 5월 2일 화 맑음
아내가 별 진전이 없어 한림대 병원에 가서 재검한 결과 약이 집사람한테 맞지 않아 부기가 아직 빠지지 않았단다. 백에 한 명 정도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글세 운이 조금은 나쁘다고나 할까? _ 2017년 5월 4일 목 맑음
집사람의 부기가 점차 빠져서 원래의 모습대로 서서히 찾아오고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고마운 일이다. _ 2017년 5월 5일 금 맑음


제 작년 어버이 날을 맞아 가족 모두 외식을 하는 자리에 우리 모두 엄마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엄마의 아픔과 고통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중간중간 웃는 엄마 모습에서 안도할 수 있었다. 모두 과로한 탓이었다. 책임을 지고 진두지휘 해야 하는 자리에 있었던 엄마는 이미 며칠 동안 고된 일에 체력이 방전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꾹꾹 참고 하셨던 모양이다. 더욱이 주변 인물로 적잖은 스트레스도 받고 계셨다고.


정여사 님!
여사님이 아직도 이팔청춘인 줄 아우?
환갑이셔요, 환갑!
뭔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하신대?


엄마는 그렇게 안 살았어!
책임진다고 했으니 해야지!
누가 너더러 엄마 걱정하래?


내가 진심 반 웃자고 한 말 반인데 아프고 속상한 엄마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었다. 아, 그 일을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철없고 생각 없는 아들이다. 그런 싸한 분위기에 아버지께서 한 마디 하셨다.


자, 건배하자, 건배!


그러면서 엄마에게 건네 줄 쌈을 싸고 계신 아버지.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남편이 주는 쌈을 먹는 아내. 아버지가 어머니 볼을 어루만져 주자 내 딸아이가 부끄러워했다. 그 모습에 가족 모두 크게 웃었다.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지금쯤 마누라는 더워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엄청 힘들어할 텐데… 남편인 나는 이래도 되는 걸까? _ 2017년 6월 18일 일 맑음


이후 엄마는 다시 정상 적인 컨디션을 회복하셨고,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정적으로 일을 하셨다. 아버지는 그런 당신의 아내가 걱정될 뿐이다. 내가 아버지한테 배워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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