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대에 어떤 일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벌어진다
내 인생의 첫 죽음은 키우던 병아리 촐싹이의 죽음이었다. 당시에는 학교 앞에 병아리장사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오백원씩 내면서그 병아리를 샀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 병아리들은 비실비실했다. 그 병아리를 살리기 위해 아빠와 별 짓을 다 했다. 아빠는 심지어 달걀 껍질을 최대한 원형을 살려 벗겨내 그 안에 병아리를 쉬게 두기까지 했다. 결국 이름까지 붙여 아껴주려고 했던 내 병아리는 너무 일찍 죽었고, 그때의 강렬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 나는 아직도 병아리만 보면 눈물이 난다. 그렇게 수많은 병아리들이 몇백원에 팔려가 며칠 안에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수많은 아이들이 지켜봤을 것이다.
요즘은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 건 본적이 없다. 검색을 해보니 2015년경 어느 학교 앞 병아리장사가 찍힌 블로그가 하나 나오긴 하는데 일반적이진 않은 것 같다. 초등학생 딸에게 옛날에는 병아리를 교문 앞에서 200원~500원 정도 가격에 팔았다고 말하니 깜짝 놀라며 그런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병아리를 그 돈 주고 산다는 게 너무 충격이라고도 덧붙였다. 엄연한 '생명'을 구슬이나 딱지, 공기알처럼 푼돈으로 장난감처럼 살 수 있었다는게 많은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갖게 했을지, 돌이켜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어떤 시대에 어떤 일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벌어진다. 그게 얼마나 끔찍하고 야만적인 일인지도 모르는 채로. 나는 지금 강아지를 임의적으로 교배시켜서 사고파는 일들이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현존하는 끔찍하고 야만적인 일일거라고 생각한다. 강아지 뿐 아니라 고양이나 기타 애완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 동물단체 aspca에 따르면 약 3900000마리의 강아지가 매년 전국 동물보호소에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 절반이 안락사된다. 강아지를 '구매'하지 않고 이런 보호소에서 입양한다면 직접적으로 한 생명의 안락사를 막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 반려동물의 과잉출산을 막는데 기여할 수 있다. 펫샵에서 강아지를 산다면 당장은 예쁘고 관리된 모습에 뿌듯하고, '구매'과정의 편리함에 만족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행동은 강아지공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공장의 끔찍한 실체를 조금만 찾아보아도 개를 사는 행위가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알 수 있는데, 특히 모견의 일생은 정말 끔찍하다. 모견은 작은 철창안에서 평생 출산만 하다가 죽는다. 펫샵에서 사는 강아지는 100% 강아지 공장에서 오는 것이다.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이 중성화수술을 통해 과잉출산을 막아 개체수를 줄이고, 이미 '낳아진' 많은 강아지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도 유기견센터에서 개를 입양했다. 우리 개는 지금 7살인데, 2살 크리스마스 무렵에 입양한 것이다. 녀석의 이름은 크리스인데, 크리스를 데리고 있던 유기견보호소에서 '크리스마스 전에는 꼭 가족을 만나길 바란다'는 염원으로 붙인 이름이었다고 한다. 운명처럼 12월 21일에 우리는 만나 그 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고, 나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 바꾸지 않고 그대로 부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취급해야하는 '동물'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기에 보다 천천히 가야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정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동물을 사고판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개 20000원', '병아리 500원' 따위의 문구를 보고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런 가슴을 가진 당신은 도대체 얼마짜리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