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주 Apr 19. 2023

아시면서


(이 글은 개인의 신앙을 담아 적은 글입니다.)


햇빛도 적당하고 공기도 맑은 날

시온이만한 여자아이가 엄마와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시온이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좋은 날씨에 

시온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면

시온이는 얼마나 좋아할까


그렇게 하면 시온이가 얼마나 행복해할지

하나님 아시면서 왜 그러셨을까


내가 그동안 일 하느라고

시온이랑 산책도 많이 못했던 걸 

하나님도 아시면서


시온이가 햇볕 좋은 날 

밖에서 걷고 뛰고 놀이터에서 노는 걸 엄청 좋아한다는 걸

하나님도 아시면서 


시온이에게 입히려고 했던

물려받은 깨끗한 옷들이

집에 많았던 걸 

하나님도 아시면서


백세에 얻은 소중한 아들을 하나님께 드리라고 했을 때

믿음으로 순종했지만 그 슬픔을 견딜 수 없을 아브라함의 마음을 

하나님도 아셨으면서 


그래서 친히 칼을 든 아브라함의 손을 막고

이삭을 살리셨으면서


하나님은 왜 내 딸 시온이는 데려가셨을까


하나뿐인 자녀를 인류에게 내어주실 때

얼마나 슬프고 괴로웠는지

하나님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


시온이가 지난 시간 온전히 내 품에 있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병원에서 고생했던 것을 

하나님도 아시면서


시온이의 작은 숨이 

살기 위해 꺽꺽대며 생의 끈을 붙잡았던 것을

하나님도 다 아시면서


내가 그동안 재정이 넉넉치 못해서

시온이에게 별로 해준 게 없음을 

하나님도 잘 아시면서


하나님 왜 그러셨을까


그러다 나는

아브라함의 한계 그 너머에 있는

자신의 아들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믿음의 조상이었던 아브라함도

차마 경험하지 못했던

자신의 아들을 죽음에 내어주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나는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시온이를 통해

가족에게 미움만 받고 소생의 여지가 없던

우리 아빠가 구원을 받고

생명을 얻었으니 

이건 아브라함도 경험 못해본 것이다.


시온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했고,

천국과 부활 소망을 다시 절박하게 붙들고,

하나님의 위로를 누구보다 바라게 되었으니

이건 나에게 허락하신 특권이다.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해

믿음의 제단에 

가장 소중한 자녀를 드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하나님

나도 하나님의 마음에 동참한다.


시온이는 아픔 없는 천국에 있다.
 

내일이면, 시온이가 천국에 간지 100일째다.

이전 12화 너에게는 싱그러운 꽃이 어울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