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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남자 Apr 11. 2021

회전목마와 롤러코스터

이성적인 남편과 감성적인 아내

사람들은 내가 이야기를 할 때 감정을 담아서 이야기해달라고 종종 농담을 던진다. 어떤 이는 로봇 같다며 내 말투를 흉내도 낸다. 나는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 하지만 그만큼 표현이 되지 않는가 보다. 과거를 한 장 두 장 넘겨 보면 어릴 적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드문드문 난다. 왜 그랬을까. 왜 내 감정을 들키기 싫어했을까.

어떤 상황에서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었던 것 같다. 뭔가 엄청 즐거운 상황에서도 '이 정도의 즐거움은 일상이지.'라던가, 괴로운 상황에서는 '이 정도의 고통은 가소롭지.'라고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을 봐 줄기 바랬던 중2병의 감수성이랄까. 약한 부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약한 자존심 때문에 감정 표현을 자제했고 지금까지도 그 가면을 벗지 못하는 것 일 수도 있다. 

최근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내가 감정 표현에 대해 미숙했던 시절을 보냈다고 느꼈다. 특히 누군가가 칭찬을 하면 그 반응에 감사의 표현보다는 아니라며 부끄럽게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지금도 상대방의 칭찬은 항상 기분이 좋지만 어색한 반응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화가 날 때에도 그 자리에서 표현을 못하고 뒤에서 '내가 아까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며 억울해했었다. 이 부분은 회사에 가면서 꽤 직설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내 감정을 숨기는 훈련이 되어 일상생활에서는 감정 노출을 최소화한다.

약한 부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약한 자존심 때문에 감정 표현을 자제했고 지금까지도 그 가면을 벗지 못하는 것 일 수도 있다. 


나의 아내는 희로애락이 뚜렷한 사람이다. 100m 앞에서도 감정이 드러난다. 기쁠 때는 100일 만에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뱅글뱅글 돌며 기뻐하고, 화날 땐 100년 만에 만난 원수처럼 창을 쥐고 돌격한다. 슬플 땐 100cm도 되지 않는 상장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사람이 되었다가, 즐거울 땐 주변의 100명의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회전목마고 아내는 롤러코스터다. 나는 인생의 큰 짜릿함은 없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있고 반복되는 삶이 크게 지루하지 않다. 작은 것에서도 만족을 느끼고 감사해한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의 입장에서는 나는 지루하고 신나지 않을 것이고 느리고 진취적이지 않을 것이다. 감정의 진폭이 다른 두 사람이기에 속도도 정도도 맞추기가 힘들다. 

드라마 하나를 보더라도 거기에 쏟는 감정의 양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아내는 드라마를 볼 때 거의 실제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고 느낀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두려워하고 각본상 주인공이 뻔히 화면에서 보이는 단서를 찾지 못할 때 가슴을 치며 답답해한다. 악역에는 수많은 저주를 퍼붓고 잘 생긴 주인공에게는 꽃 길만 펼쳐지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나도 슬픈 장면을 볼 땐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발견하곤 하지만 보통 드라마 디테일에 신경은 썼는지,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지 프레임을 씌우고 보기 때문에 감정을 쏟는 아내를 보며 "드라마잖아."하고 마른오징어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나는 회전목마고 아내는 롤러코스터다.




회전목마도, 롤러코스터도 결국 한 집에서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맞춰 살 수밖에 없다. 우리 부부도 아직 맞춰가는 과정에 있는데 서로 다른 성향의 장점만 상대방에게서 배우면 좋을 것 같다. 아내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을 들어준다.(둘이서 싸울 때 빼고) 그리고 나의 유니버스에서 악역이 맡은 사람을 같이 미워해줄 수 있는 공감력은 잘 배워야 할 것 같다. 아내가 나에게 배워야 할 부분은 감정에 쏟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부분이다. 감정의 진폭이 큰 만큼 감정선의 길이가 긴데 그만큼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불필요한 부분에서 감정 소모를 줄였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부부가 청첩장에 썼던 글처럼 서로 다름을 잘 받아 드리고 하나의 사랑으로 물들어 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바다 같은 사람과 노을을 품은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하여 조금씩 물들어가듯,

그렇게 라벤더 한송이를 피워내겠습니다.


바다와 노을, 그리고 라벤더




안녕하세요. 부부생활에 대한 생각을 쓰고 있는 '그남자'입니다. '그여자'로 활동하는 아내와 같은 주제로 1주일에 하나씩 각자의 생각을 펜으로 옮겨 쓰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서 더 나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남녀의 다른 생각을 비교해 읽으시면서 남편과 아내분들께 공감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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