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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Feb 27. 2019

내가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팀원에게 상처 받고 나서야 시작됐던 역량개발

나는 첫 직장에서 근무한 지 10년째 되는 달 팀장을 달았다. 과장 때 운 좋게도 팀장이 되었다. 사실 이사님은 무엇 때문에 내가 팀장이 되었는지 명확하게 말해 주진 않았다. 아마도 선임팀장이 퇴직한 후 마땅히 외부에서 충원할 사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딱히 실수 한 적 없었고 일은 그럭저럭 못하진 않으니 한번 해 보라는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 나는 엉겁결에 팀장이 되었다.


팀장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 해야 하는지 와 닿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제 '후배'가 '팀원'이 되었으니 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도 막막했다. 대리, 과장으로서 좋은 선배였던 느낌과 팀장으로서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조언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불행히도 나는 적극적으로 멘토를 찾아다니지도 못했다. 회사에는 직잭자들을 위한 교육도 없었다. 나는 그저 책으로만 공부했을 뿐이다. 리더십 책을 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연애를 책으로만 배우면 이론박사가 되는데 실전에서는 꽝이라고 했던가. 딱 그 모습이었다. 나는 리더십 이론을 달달 외우고 생각하고 노트에 메모도 해놓았지만 실제 행동은 중구난방, 좌충우돌이었다. 내가 팀장이 되고 난 후 4개월 만에 후배가, 아니 팀원이 퇴직을 했다. 팀원들이 많진 않았지만 난 특히 그 친구에게 잘해 주었다. 충격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난 그 친구에게 좋은 팀장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감기 들었을 때 직접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 주고 힘들고 어렵다고 하면 직접 일도 해 주었다.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팀원이 날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팀원이 나가면서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직장 선배로서는 좋은데 팀장으로서는 도움이 안 된다'라는 말이었다. 도움이 안 된다?... 그게 무슨 말이지? 팀원이 팀장에게 도움이 돼야 하는 거 아닌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아픈 첫 상처였으니까. 팀원의 불만은 이것이었다. 1) 팀 성과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성과 인정의 공정성)  2) 방향이 모호하다(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3) 팀원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제대로 된 면담을 해보긴 해 봤니?)  4) 도전적인 일을 키우지 못한다(일을 왜 그렇게 확장 못 시키니) 5)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없을 것 같다(전문성)

팀원이 원하는 것은 본인의 성장이었다. 난 내가 더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한 팀원이 야속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면으로 보면 사실이었으니까. 내가 이렇게 열심히 너희들을 도와주고 잘해 주는데 어쩌면 너희들은 그럴 수 있냐 라는 생각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나도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하지만 난 깨달았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본위적인 생각을 하며 산다는 것을 말이다. 적어도 개인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있어서 '욕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친해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팀장이 되고 난 후 첫 아픔은 작은 깨달음이자 경험이 되었다.

그것은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 난 팀원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연구했다. 그들의 욕구는 조금씩 달랐지만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거의 같았다. 뭔가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했다. 난 팀원들의 욕구, 다시 말해 커리어 성장에 맞는 팀 업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나와 우리 그리고 회사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것 이어야 했다. 팀장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도 필요했다. 부족한 면도 있지만 분명 나에겐 강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강점에 더 집중했고 문제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다시 정의하니 목적이 보였고 방법이 보였다. 하나하나씩 조직의 문제나 우리 팀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팀장은 '감독'이 아니라 함께 뛰는 '플래잉 코치'가 되어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좋은 팀장이 된다는 건 좋은 사람이 됨을 의미하진 않는다(물론 필요조건은 될 것이다). 좋은 팀장은 그들이 일에 몰입할 수있도록 해 주고 일을 성취할 수있게 해 주는 것이다. 가치있는 일을 만들고 그것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성취감을 얻지 못하면 결코 팀빌딩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팀원들의 신뢰는 팀장의 역량이 증명될 때 생긴다. 

따라서 팀장의 직무전문성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팀원들은 팀장의 전문성을 보고 따라가기 때문이다. 배울 것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전문성 없는 '덕장'은 그저 사람좋은 관리인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하고 주도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나에게 도움되는 일이 팀원에게도 도움되고 회사에도 도움되는 '조인트 포인트'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쉽진 않지만 그러기 위해서 팀장은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헌신해야 한다. 그래야 팀장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


첫 아픔을 겪은 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훌륭한 팀장까지는 모르겠지만 '정답'보다 '해답'을 함께 찾는 팀장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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