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모든 일에는 '과신'이 있다. 크게는 기업경영, 작게는 한 조직의 리더와 팀원 간에도 일에대한 과신, 성과에 대한 과신이 따른다. 일과 성과에 대한 과신은 대부분 리더들에게서 나타난다. 내가 반드시 해야 성공할 것 같고 완성도가 높을 것 같은 일들이 왜 이렇게 많아 보이는지 그런 일들을 직접 맡지 않으면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는다. 물론 리더가 반드시 챙겨야 할 일은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과신을 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가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은 주인의식이며 모든 일의 키를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무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진정한 주인의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진정한 주인의식은 회사에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에 주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나는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매번 주인이 되라고 하는데....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이 되나. 하지만 일의 주인은 될 수 있다. 그것은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일 자체가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소유'의 의미를 말한다. 좋은 성과를 내려면 팀원들에게 일을 소유하게 해 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말한다. 그걸 왜 모르냐고.. 하지만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역량과 열정에 따라 좀 다르지 않냐고 말한다. 직급에 따라 다르지 않겠냐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무작정 일의 소유권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에 따라 일을 조정해 주고 책임과 권한을 정해주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어렵지만 해야 한다. 조직과 사람, 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리더는 이를 '분별'해 낼 수 없다. 분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과 성과에 대한 가치를 책정할 수 없고 팀원은 팀원대로 일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조직의 일은 가치적으로 양적으로 균형을 잃게된다. 그러다 보니 다시 일은 리더에게 몰리게 되고 이를 처리하는 리더 본인은 자신을 뛰어난 능력자로서 과신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리더가 일을 많이 하는게 능력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이를 일컫는 말이다. 리더는 일의 가치와 양을 본인 스스로와 팀원들에게 배분할 수있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나는 일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 프로젝트에 PM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하고 일정을 잡고 일을 배분하고 성과를 체크하였다. 결과를 분석하고 보고 시점을 정하고... 뭐랄까, 마치 회사일이 아니라 내 사업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분명히 느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나에게 일의 책임과 권한이 임파워(위임) 되었구나 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강력했던 느낌은 단순히 '책임과 권한'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소유'를 느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내 분야의 일을 키우고 전문화하여 훗날 나만의 사업을 펼칠 수 있겠구나, 무언가를 더 할 수 있겠구나 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열정이나 욕심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나에게 PM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상사로 인해 나는 조금씩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열정과 역량이 있는 사람에게 임파워먼트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임파워를 받으면 열정과 역량이 생기는 건가?.. 전자도 후자도 모두 일리가 있지만 내 선택은 후자 쪽이다. 작은 일이라도 주체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책임질 일이 생기면 누구나 신중해지고 잘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는 발전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일 소유'(임파워를 받는 것)는 많은 것들을 변하게 한다. 물론 매사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 임파워먼트는 잘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임파워먼트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직원들을 나무라기 전에 왜 매사 의욕이 없고 눈빛은 풀려있는지... 왜 회사만 오면 좀비가 되는지에 대한 조직적인 고민과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무튼 분명한 건 당시 나는 뭔가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계기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결국 나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고 나도 회사도 서로 윈-윈 한 셈이 되었다.
팀 운영을 위한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임파워먼트에 대한 분별력이다. 즉, 내가 직접 챙겨야 할 것과 위임해야 하는 것과의 차이를 알고 구분하는 것 말이다. 의외로 이것이 잘 안되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은 일을 맡긴 사람들의 결과물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즉, 내가 직접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과 분리된 것이 아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은 내가 직접 챙긴 결과물과 분리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둘 사이에는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임파워먼트는 아예 관심을 내려 놓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임파워먼트는 내가 직접 챙길 일과 위임할 일을 분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각 담당에게 자신의 일을 소유하게 만드는 것에서 발전한다. 마지막으로, 분업과 협업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면서 완성된다.
태준열(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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