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중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통하면서 생기는 수많은 오류들, 그리고 그 오류에서 생기는 감정의 부정성 즉, '감정 소모'일 것이다. 그야말로 하루에 몇 번씩 생기는 감정 소모는 나를 지치게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의 성향을 알고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관계 관리 기법을 공부하기도 한다. 심리학을 공부하거나 마음수련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HRD 부서에서는 구성원 간 유연한 관계 개발을 위해 MBTI, 애니어그램, 디스크, 에고그램 등과 같은 교류분석 프로그램을 직원 육성 프로그램에 포함하기도 한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학습을 통해 나를 알고 너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한 방법들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관계의 어려움이나 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실제로 쉽지 않다. 오해가 풀리거나 이해관계가 해결되지 않는 한 관계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설령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남아있는 감정의 찌꺼기들은 처리하기 쉽지않다
문제는 개인의 감정 소모다.
감정 소모는 에너지를 떨어뜨린다. 퇴근을 해도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 더 위험한 것은 소모적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면 내 일과 커리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안 좋은 기억은 계속 나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무기력증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감정 소모는 가장 위험하다.
사람 관계에서 생기는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를 나는 이렇게 처리한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이 방법 저 방법 써 봤지만 나에게는 이 방법들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첫째, 더 크고 본질적인 것을 생각한다. 그러면 다소 지엽적인 일과 감정은 사라진다. 내 인생의 목적과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때 가급적이면 산책을 한다.
직장은 인생 목표의 종착지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독립을 위한 시기를 고민하거나 퇴근 후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면 직장에서 생기는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를 버리기가 좀 수월해진다.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기분이 나아진다. 어떻게 뭘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제 준비하는 과정을 겪다 보면 직장 밖 생활이 너무 바쁘다. 감정을 소모할 틈이 없다. 그것이 반드시 직장에서의 독립이 아니라 해도 퇴근 후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거니까. 직장에만 매달려 있을 때 더 많은 감정이 소모된다. 불만도 많아진다. 지금 나에겐 직장이 전부니까. 직장에 충실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회사 밖 생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인생 목표나 목적을 생각하면 조직 내에서 생기는 관계적 부정성, 감정 소모의 찌꺼기는 내 인생에 1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상기한다. 이 생각에 집중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냥 생각을 끊어버리는 거다. 관계가 힘들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져주든지 관심을 놓던지 기계적으로 대하던지 그건 나의 선택이다. 내가 선택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직장 상사든 동료든 내가 그들에 대한 스탠스를 정할 수 있다.
설령 좀 져주면 어떤가....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은 내 인생에서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내 일에 집중하고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기도 바쁘다. 물론 일을 하면서 어떤 쟁점에 대해 논쟁하거나 싸워야 할 때를 피하라는 것은 아니다. 싸워야 할 때는 싸우는 게 맞다. 하지만 계속되는 감정의 찝찝함을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냥 부드럽게 끊어버려도 괜찮다는 것이다. 괜찮다 안 죽는다!!
셋째, 내 감정이 힘들어지는 것은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좋게 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다. 내가 정말 반성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그냥 그렇게 놓아두자. 나를 싫어하던 말던 말이다. 나 또한 관심 갖지 않으면 된다. 미워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예전에 나는 관종이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했으며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나는 없고 다른 사람들만 있었다. 내 안에 내가 없다 보니 외면적으로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도 껍데기뿐이었다. 나는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내 마음에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리고 나와 타인을 동등하게 보기 시작했다. 욕심을 비우니 더 편안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넷째, 항상 부정적이고 '남 탓, 회사 탓, 시스템 탓, 경영진 탓... 아무튼 뭔 탓이 그렇게 많은지 말만 하면 남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과는 가까이하지 말자. 엄청난 감정 소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마 이들은 마지막 눈을 감을 때도 남 탓하며 생을 마감할 것이다. 남 탓할 시간이 있으면 자신부터 돌아봤으면 한다. 그 시간에 자기 계발에 더 집중했으면 한다. 함께 험담을 하면 반드시 나도 당하게 된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내 에너지가 남아날 날이 없다. 말하는 본인은 시원하겠지만 듣는 사람은 부정적 파장을 그대로 받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긍정의 영역으로 이끌려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타인의 충고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이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야 진심으로 변한다. 마음과 생각과 입에 독이 가득 차 있어 그것을 타인이 빼내 주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스스로 뱉어야 독이 빠진다.
마지막, 몸도 마음도 지친 날은 반드시 목욕을 한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이완된다. 거기에 음악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별거 없다. 그냥 나를 위해 뭔가를 하는 거다. 목욕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본다. 또는 음악을 듣는다. 기분 좋지 않은가?
무엇이든 나를 즐겁게 하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것들을 찾는다. 가끔 작은 일탈도 좋다. 예전에 갑자기 걷고 싶어져 급 오후 반차를 쓴 적이 있다.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강남에서 북촌 한옥마을로 직행했다.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그냥 걸었다. 하염없이 그냥 걸었다. 도심 산책도 하고 사람도 구경하고 맛있는 만두도 먹고 영화도 봤다. 내 마음은 한결 나아졌다.
직장생활 이제 24년차지만 여전히 사람 관계에서 상처 받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인사를 하면서 말 못 할 상처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상처와 감정적 소모를 절대 그냥 두지 않는다. 술로도 풀지 않는다. 습관이 되어 내 몸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면 술은 더욱 마시지 않는다. 내가 왜 그 사람 때문에 내 몸을 망치는가. 어리석은 짓이다. 나는 기분이 좋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이 더 좋다.
물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다. 현명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끝까지 잘되지 않을 때는 '단절'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단절이 모두 나쁜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관계 회복과 소통에 대해 멋지고 좋은 말도 많지만... 솔직히 나는 실제 이런 방법을 쓰고 있다. 효과는 나쁘지 않다. 몸과 마음이 힘든 날은 이런 방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몸을 정리한다.
마음이 힘들어지면 나를 잃어버린다.
그냥 나를 나이게 해야 한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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