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흐른다 881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81
ㅡ 단 5일 만에 완성한 소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열정 ㅡ
최근 5일 동안 나는 한 편의 소설을 완성했다.
브런치의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마감이 바로 내일이라 그야말로 벼락치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힘들지 않았다.
5일동안 매일 열두 시간 이상을 오롯이 글에만 몰두했는데,
피로보다 먼저 찾아온 건 오랜 만에 느껴보는 열정, 그 뜨거움 이었다.
처음엔 그동안 연재 중인 <고대사도 흐른다>와 <지금도 흐른다>를 종합부문 공모에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세대들도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역사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그리고 소설부문에도 공모 욕심이 생겼다.
사실, 오래전부터 소설로 써 봐야 겠다고 마음속에 품어 온 인물들 있었다.
조선 세조시절의 <남이, 귀성군, 유자광, 의경세자> 모두 스무 살 안팎의 청춘들 이야기이었다.
그들은 불과 스무살 시절에 전장과 권력의 중심을 누볐고 그들 젊음은 찬란함과 동시에 잔혹했다.
조선의 수많은 인물들 가운데, 유독 내 시선을 붙잡은 이는 유자광이었다.
아버지는 잘 나가는 양반이었으나 어머니가 천출 기생이어서 ‘얼자'(孼子)라는 이름표 하나로 평생을 멸시받았던 사내.
신분이 곧 운명이던 성리학 나라 에서 그는 끝내 그 신분굴레를 부수고 권력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 이름 앞에는 언제나 ‘간신’이라는 낙인이 따라 붙는다.
나는 그가 살면서 품었을 열등감의 그림자와 권력에 대한 갈망,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이 소설은 바로 유자광의 치열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려는 한 시도 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내용과 다르게 이번 소설 제목은 <조선의 아이돌> 이다.
이들은 스무 살 무렵 국가적 영웅 으로 추앙받으며 백성들에게 오늘날 '아이돌'처럼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그들의 마지막은 잔혹할 만큼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더 이상 내용은 스포가 될까 더는 말하지 않겠다.^^
궁금하신 분들은 브런치에서 만나보시길.^^
5일 동안 나는 정말로 이 소설 하나에만 매달렸다. 하루 열두 시간 이상 말이다. 글을 쓰고 고치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이 나이에 아직 이런 몰입이 가능하다는 게 스스로에게
큰 위로이자 선물이 되었다.
물론 <조선의 아이돌>이 내 첫 소설은 아니다.
이미 몇 해 전 완성해둔 다른 작품이 있다.
제목은 <홍길동을 찾아서>이다.
몇 번 소개한 바 있다.
<홍길동을 찾아서>는 '송순'과 '전우치' 소년시절 이야기로서 다른 목표로 아껴두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고 보면 소설 전부를 공개 발표한 것은 <조선의 아이돌>이 처음이다
어쨌든 <홍길동을 찾아서> 이 소설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번 <조선의 아이돌> 후속편 이라 할 수 있다.
두 작품의 중심에는 모두 ‘유자광’ 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홍길동을 찾아서>를 오랫동안 써오면서 쌓인 문장과 인물의 감각이 이번 단기간 집필의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이제 공모전 원고는 제출했고, 결과 발표는 12월이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린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한 번쯤은 당선되어 보고 싶다.
그래야 나도 비로소 ‘작가’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내밀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어쩌면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5일 동안 나는 ‘쓰는 사람’으로 살았다.
내 하루를 통째로 글에 내어주며,
내 안에 열정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열정으로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열정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번 소설을 쓰는 일이 그 진리를 내게 다시 알려준 조용하지만 뜨거운 증거였다.^^
ㅡ 초롱박철홍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