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기영 May 24. 2018

집에서 만들어 즐기는 콜드브루

[커피 만들기] 4. 콜드브루 커피

이제 봄인가 싶었는데 한낮의 기온은 여름 인양 제법 덥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얼음을 가득 넣은 시원한 더치커피 생각이 절로 난다. 한동안 더치커피(Dutch Coffee)가 엄청난 인기를 끌더니 요즈음은 시들하다. 커페 메뉴에서 더치커피를 보기 힘들다. 대신 비슷한 형태의 커피인 콜드브루(Cold Brew)가 유행이다. 어떻게 된 걸까? 궁금해서 뉴스를 찾아보니 사연이 좀 있다. 몇 년 전 더치커피가 한참 유행할 즈음 위생과 관련해 크게 논란이 된적이 있다.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상온에서 오랜 시간 내리는 것이다 보니 세균이 번식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사실 세균이 발견된 곳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일부 매장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논란이 확산되자 커피업계에서는 더치커피 대신에 콜드브루로 이름을 바꿔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치커피와 콜드브루는 같은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찬물로 내리는 모든 커피를 콜드브루라 하고 그중에서 물을 한 방울씩 흘려보내서 점적식으로 내리는 것을 특별히 더치커피라 부른다고 보면 되겠다. 콜드브루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커피가루에 찬물을 부은 뒤 가루를 걸러내어 마시는 침출식이 있다.


콜드브루 커피는 다른 커피에 비해 신맛이 적다. 커피의 특정 오일과 지방산의 일부는 뜨거운 물에서만 녹기 때문에 찬물로 추출하는 콜드브루에서는 녹아 나오지 않는다. 유달리 커피의 신맛을 혐오(?)하는 한국인들 입맛에는 딱 맞는다. 적어도 내 주위 사람 중에 신맛이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 콜드브루가 엄청난 인기를 끄는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핸드드립이나 프렌치 프레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콜드브루를 좀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고온에서만 추출되는 커피 오일 등의 다양한 성분이 맛의 풍부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향미가 풍부하진 않아도 콜드브루의 세련되고 깔끔한 맛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렇게 매력적인 콜드브루를 반드시 카페 매장에서만 마실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필수 도구만 있다면 집에서 충분히 내려 마실수가 있다. 물론 이 방법은 물을 한방울씩 떨어뜨리는 점적식이 아닌 물에 담구어 두었다가 마시는 침출식이다. 필요한 도구는 분쇄된 원두, 밀폐용기, 그리고 커피를 걸러낼 필터 정도이다. 아 한 가지 빠졌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인내심을 장착해야만 본인이 직접 만든 콜드브루를 즐길 수가 있다.  


1. 원두를 분쇄한다

콜드브루용 원두는 에스프레소용 보다는 조금 굵게 갈아야 한다. 핸드드립용 정도의 사이즈면 되겠다. 이건 동네 카페 사장님이 알려준 비법인데, 콜드브루 만들 때는 핸드드립 할 때 보다 원두를 조금 작게 분쇄하는 것이 커피 맛이 더 좋다고 한다. 집에 분쇄기가 없으면 원두를 구입할 때 갈아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핸드밀의 분쇄 굵기를 조정하려면 우선 맨 위의 고정나사를 풀고 손잡이를 분리해야 한다. 그 뒤에 톱니바퀴처럼 생긴 굵기 조절 나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더 작게 분쇄되고 왼쪽으로 돌리면 더 굵게 분쇄된다. 핸드밀 안쪽을 들여다보면 분쇄되는 부분의 사이가 좁아지거나 넓어져서 커피콩의 분쇄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 분쇄한 원두를 찬물과 잘 섞는다

찬물과 섞은 커피가루를 냉장고에 넣어 우려내야 하므로 냄새가 나지 않는 밀폐용기를 준비한다. 나는 주로 락앤락을 애용한다. 기껏 정성 들여 만든 커피에 냉장고 냄새가 들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다.

커피와 물의 비율은 1:10이 적당하다. 원두를 20g을 사용했다면 물 200ml를 넣는 식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진하게 느낄 수 있는데, 나중에 얼음이나 물을 적당히 섞어서 마시면 된다. 커피가루가 골고루 물과 섞이도록 잘 저어준다. 냉장고에 넣어서 우려내다가 생각날 때 한 번씩 섞어 주는 것도 좋다.


3.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냉장고에 넣고 10시간가량 기다린다. 너무 오래 담가 두면 과추출이 되어서 커피가 텁텁하고 쓴맛만 느껴질 수 있다. 10시간이 적당하다. 콜드브루는 만들기 시작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어정쩡한 오후 시간에 만들어 놓으면 새벽에 일어나서 챙겨야 한다. 그렇다고 아침 일찍 서둘러 만들어도 저녁에나 완성이 되므로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그래서 나는 주로 자기 직전에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꺼내어 걸러서 마신다.


4. 필터에 거른다

10시간 동안 담가 놓은 커피를 꺼내어 필터에 거른다. 핸드드립 도구가 있다면 조금씩 나누어 부어가며 걸러내면 된다. 여러 번 거르다 보면 필터가 찢어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5. 마신다

일반 드립 커피보다 조금 진할 수 있으므로 물이나 얼음을 기호에 맞게 첨가해서 마시면 된다. 되도록이면 청량감 느껴지게 투명한 유리잔에 마시자. 남은 커피는 산패하기 쉽기 때문에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밀봉이 잘 되는 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것이 좋다. 집에 프렌치프레스가 있다면 그것을 이용해서 콜드브루를 만들 수 있다. 찬물로 침출 시켜놓고 냉장고에 10시간 동안 넣어두었다가 프레스 해서 마시면 된다.


*Cover image by jasonbon | pixabay.com




여행 이야기 https://goo.gl/YXEwPL

단독 주택에서 살기 https://goo.gl/uUBKAr

일 이야기 https://goo.gl/1M2GZ7

일상 에세이 https://goo.gl/aJUCtW 

매거진의 이전글 거칠고 깊은 커피, 프렌치 프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