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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이야기 Dec 15. 2021

[소소한 이직이야기] 02. 두 번째 노닥노닥

프로이직러의 솔찍한 마음

저는 짧진 않지만, 또 그렇게 길지도 않은 경력 속에서 많은 이직을 경험하였습니다. 평생직장이 없어진 요즘 시대에 이직에 대해 예전만큼 부정적으로 보진 않지만 그래도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다소 이직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변명을 해보자면. 조금 더 잘 살고 잘 일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직장인이 자기 직장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시겠지만, 경력 대부분을 중소기업에서 보낸 저로서는 항상 무언가 아쉽고 또 아쉬웠습니다.


특히 광고대행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내세울 만한 포트폴리오와 회사의 명성에 대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오히려 그 당시엔 정말 박봉이었지만 오히려 월급에 대한 불만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회사들을 두고 흔히 메이저에서 준메이저급 대행사라고 부른다)


그래서 조금 더 큰 대행사로 옮겨 다니게 되었고 그러다 메이저는 아니지만, 업계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볼 만한 중견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는데 저는 그때가 저의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에서 어느 정도는 인정받는 곳에서 나름 유명한 광고를 만들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오히려 생각보다 비논리적이고 전략적이지 않은 광고를 만들고 매출을 높이게 위한 방안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순진했던 광고인은 환상에서 깨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앞의 글에서 말했던, 광고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 나름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브랜드에서 그 브랜드를 위한 마케팅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인하우스 마케터로서 제2의 경력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이직은 계속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직이 자신의 판단에 의한 자발적 이직이었다면 이후의 이직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상당히 비자발적인 비중이 강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유도 있었고, 경영악화로 인한 권고사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비자발적인 퇴사와 이직이 발생할 수 있을 텐데 그 외의 기간 동안 너무 많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이직을 할 때 또 이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직하는 경우는 잘 없을 것입니다. 이번의 이직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일하고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이유로 퇴사와 이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을 때의 이직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많은 이직으로 복잡해진 경력 기술서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최근에는 이직에 대한 시각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잦은 이직을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서류심사나 면접 심사에서 그런 평가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20.30대 직장인 1,724명을 대상 ‘잡호핑족 현황’ 조사 결과 (2020, 잡코리아)


언젠가 자신이 꼭 다니고 싶은 곳에 잦은 이직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스스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 안에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권해드립니다.


코로나라든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라든지, 지금 우리나라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말은 지금의 회사와 그 안에서의 본인 위치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시기일 때 그러한 불안정성과 함께 흔들리기보다는 자신의 무게 중심은 유지하는 모습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안정성에서 꾸준히 자신의 몫을 하며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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