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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이야기 Dec 29. 2021

[소소한 이직이야기] 04. 네 번째 노닥노닥

창작자와 수용자의 권리

올해 초 조선구마사라는 드라마에 대한 논란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펜트하우스라고 하는 흥행작의 후속 드라마라 기대치가 높았고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정복하려는 악령과 이에 맞서 백성을 지키려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액션 사극(...)이라는 거창한 시놉시스로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렸던 드라마입니다.


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


하지만 방영 전부터 중국 동북공정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생겼고 첫 회 방송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논란이 격화되어 결국 2회 만에 종영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조선구마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논란이 되는 드라마 설강화와 그와 관련된 여러 창작자의 의견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기 위함입니다.


JTBC 토일 드라마 <설강화>


우선 창작의 자유는 중요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사는 우리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그러한 상상을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로 만들어낼 권리가 있습니다. 그에 관한 판단은 수용자가 적극적으로 소비하거나 혹은 반대로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형태로 수용자의 권리를 표현할 권리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과정은 창작자와 수용자가 각자 생각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고 서로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지 어떤 특정 권력과 집단이 강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러한 자유를 말하기 전에 되새겨 볼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스스로 떳떳한가"입니다. 창작자들은 말합니다. 지금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처럼 의도하지 않았으며 논란 속에 감춰진 진짜 본질을 봐야 한다고. 하지만 찬찬히 흩어보면 너무나도 연결되는 의혹들이 많습니다. 설령 단순히 모티브로 차용만 했다고 한다면 모티브로 차용한 그 대상 혹은 그 사건과 관련되어 피해를 당하거나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외면하거나 무시한 것이 됩니다. 그것만으로 우선 창작자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는 상황이며 그래서 이로 인한 논란과 비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입니다. 수많은 논란과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결국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과 치정, 혹은 단순한 액션이라면 그 콘텐츠는 질적인 부분에서 부실한 것이 됩니다. 이 또한 당연히 그로 인한 논란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악의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용자는 수용자의 권리로서 비도덕적이고 수준이 낮은 생산물에 대해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비판에 대해 창작자의 권리를 헤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은 책임감 없는 행동이며 수준 낮은 태도입니다. 


단순히 재미있으면 되는 걸까요? 단순히 새롭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비판을 두려워하면서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혹시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들과 말 외에 따로 이면에 감춰진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요? 


"의도는 좋았다"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사실 그 의도조차도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설강화에서는 운동권 학생을 전혀 비하하지 않았지만, 비하하면 안 됩니까?", "우리가 군인들의 일탈은 허용이 돼도 운동권 학생들의 이면? 그런 거는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입니까? 심지어 상상으로도?"라는 말은 설강화 제작 참여 스태프가 네이트판에 썼다가 결국 지웠던 글의 내용입니다.


저는 그 분께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왜" 운동권 학생을 비하하는 건가요? 

그렇게 당당하시면서 "왜" 끝까지 주장을 못 하고 글을 삭제하셨나요?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신 적이 있긴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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