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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Mar 30. 2024

학교를 그만두는 수십가지 이유 중 단 한가지

우당탕탕 학교 밖 이야기

사상 최악의 출산율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바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았던 시절과는 영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돕고 있는 상담사예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담을 배운 청소년 지도사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아요. 제가 일하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한 손에 들만큼 사교육이 높고 교육열이 높은 곳입니다. 수많은 서울대생과 in서울생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당탕탕한 학교 밖 이야기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한 쓰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을 보고 느낀 점을 나름의 문체로 담담히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에요. 


첫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를 말하고 싶어요. 학교 밖 청소년 발생률이 얼마 정도인지 아시나요? 약 1~2% 정도로 아시면 좋을 거 같아요. 어떠세요? 낮은 거 같으세요? 아님 생각보다 높은가요? 아마 200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높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 시절에는 전교에 한두 명 정도 자퇴생이 있었을 테니깐요.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에는 다양합니다. 제가 속한 곳은 해외유학이 제일 높아요. 그다음은 기타로 나타나는 데, 사실 기타에는 수많은 이유가 숨어져 있지요. 아마 통계로 다 이야기할 수 없는 사연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병, 학교폭력, 학교부적응, 정신적 어려움, 진학 수도 없는 이유로 학교를 나가게 되지만 한 가지 이유를 말하고 싶어요. 


자발적인 학교 중단 사유는 결국, '이해'입니다. 어떤 말인지 '이해'하시나요? 

친구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라는 청소년이 있다고 합시다. 그 A는 또래 관계로 인해 힘이 들어요. 그래서 부모님께도 이야기할 수도, 가까운 절친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혹은 Wee클래스 상담 선생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선생님 등 수많은 어른들에게 말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 마음을 '이해'받기는 생각 그 이상으로 어려워요. 왜냐하면 '공감'하기 어려우니깐요. 


"그런 일로 학교를 그만두면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는 어떻게 생활하려고 그러니?"

"야, 나는 그 보다 힘든 일도 참았어, 그깟 걸로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니?"

"네가 잘못한 게 있으니 친구들이 그러는 거 아니니?"


원인을 분석해 주거나, 해결책을 줄 수는 있지만 '이해'의 말이 나오는 것은 어려워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속상할 텐데도 여태껏 어떻게 참았어?"

"너 잘못이 아니야"


사실 이런 말들을 기대하고 있었을 거예요.


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이곳에서 더 이상 '이해'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여기서 나란 존재는 '이해'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것이겠지요. 

대학진학을 위해, 미래의 꿈을 찾기 위해, 정신적 어려움 때문에 많은 이유가 있어도 결국 청소년은 '이해'받기를 원해요. 그게 맞느냐 틀리냐의 문제가 아니라고요.


약 천명이 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봤지만, 똑같은 이유로 자퇴하는 친구는 없어요. 왜냐고요? 그들이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이죠. 단순히 학교에 부적응했다는 말이라도, 그 안에 디테일을 살피면 각자의 마음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요. 그래서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보호자분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친구가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지. 학업을 중단하거나, 꿈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요. 

아니, 오히려 꿈을 좇아 나아가려고 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말해요.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따뜻한 시선으로 학교 밖 친구들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읽은 소설에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우리 학교 밖 친구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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