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이 마주할 세상
군 시절 주특기번호가 231107이었다. 흔히 말하는 취사병으로 군대를 들어갔다. 입대 전 할 수 있는 요리라곤 라면이 전부였는 데, 후방기 교육과 파견 근무를 통해 매일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냈었다.
일전에 요리사를 준비하는 친구가 학교를 그만두었다.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학교를 나와서 자기가 준비하고 있는 입시 혹은 실기를 준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단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수업시간에 교과목을 공부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내게 중요한 입시 포트폴리오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게 나을 수 있으니깐요.
다시금 학교의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교는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에는 다양한 목표들이 있다. 국영수를 비롯한 교과목을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것, 학교 생활을 통해 또래관계를 배우고, 약속과 규칙을 준수하며 살아가는 것, 진로와 진학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 등 수많은 목표들이 존재한다.
보호자 상담을 할 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내 아이는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 보셨나요? “ 모든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류 대학에 진학하면, 일류기업에 들어갈 확률도 높아지고, 전문 직업인이 되어 높은 연봉을 받을 기회가 많다.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조금 더 노력하면 미래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아이를 설득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지금도 그런 시대일까?
요리를 통해 이야기하자면, 6.25 전쟁을 겪은 세대는 세끼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산업화 시대는 짜장면 한 그릇으로도 행복했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떤 요리를 좋아하는 가? 아마 각자가 좋아하는 요리가 다를 것 이다. 어떤 게 그들의 성공 기준이 될까?
개인적으로 학교를 통해 수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고, 사회인으로 자라기 위한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은 가정에서도 이루어져야 하고, 친구 사이에서도, 속해 있는 공동체 어디서나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맡기는 교육은 맥도날드의 햄버거처럼, 매뉴얼대로 만들어진 정크푸드를 만들어 낼 뿐이다. 우린 규격화된 존재가 아닌,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각자 인생이라는 메인 요리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존재가 우리 아이들이다.
학교와 학교 밖 구분을 둘 필요가 있을까? 어떤 이는 학교에서 배운 걸 토대로 새로운 중식 한식을, 또 어떤 이는 자기만의 레시피로 세상에 없던 요리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그러니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구분 없이 아이들이 인생을 잘 요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가끔 필요하다면 MSG도 뿌리고, 내 입맛에 맞지 않다고 퉁명스럽게 대하기보단, 그 창의성을 칭찬해 보자. 누가 아는 가? 미슐랭 3스타를 뛰어넘는 멋진 인생 요리사가 될지